M집을 두 번째 방문했다. 파파야로 담근 김치에 국수를 비벼 주셨다. 생각하니 군침이 돈다.
M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독일에서도 철학을 공부했다. 특히, 칸트에 정통하다.
집에 들어서자 예후디 메뉴인의 연주가 나를 맞았다. 2층에는 M이 대학 때부터 읽어왔던 책, 철학, 영어 원서들이 가득했다. 2층에서 M이 일(번역)을 하는 동안, 나는 1층에서 책을 보기로 했다.
러셀이 쓴 ‘서양철학사’ 원서를 골랐다. 색인까지 합해 모두 842페이지. 내가 어찌 그것을 다 읽으리오. 목차를 보고 관심이 가는 부분, 그리고 분량이 적은 챕터인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먼저 읽었다. 그나마 챕터 별 페이지 수가 많지 않아 접근이 쉽다. 번역이 안 되는 부분은 과감히 넘기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만 봤다. 842페이지 중 10분의 1만 읽어도(‘독해’가 아닌 ‘읽기’) 성공한 거다. 몇 달 전부터 세계사와 철학 책을 틈틈이 봤었는데 그 덕분인지 그나마 이해가 수월했다. 이때가 아니면 내가 언제 원서를 읽으리오.
1층 테라스에서 책을 보는 동안,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새소리, 선선한 바람 소리에 내 인생 최고의 아드레날린 분비량을 기록했다. 그러는 사이 오로빌 소식지가 집집마다 배달되었고 내가 직접 그 소식지를 받아보았다. 오로빌리언이 된 느낌.
이런 아날로그 감성,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될까?
30대까지는 환경에 나를 맞추려고 했다면 40대부터는 나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가는 과정인듯하다. 내가 더 평안해질 수 있는 환경.
이곳에서는 내 벌이가 괜찮은지, 결혼은 했는지 상관없다. 잘 차려 입지 않아도 되고 화장을 완벽하게 할 필요도 없다. 명품 가방, 명품 옷은 개가 풀 뜯어먹는 소리다. 내 신발은 흙먼지 투성이지만 부끄럽지 않다. 얼마나 더 까매질 수 있는지 지켜보는 중이다. 비가 오면 그냥 맞으면 된다.
웃음이 많아졌고 친절해졌고 자전거 덕분에 조금 튼튼해졌다.
나는 게스트. 아직은 그저 관찰자 시점이다. 오로빌 공동체를 제대로 알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오로빌리언 내에서도 카스트(신분)가 존재하고 정착하기까지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며 내가 잠시 거주했던 쿠일라팔라얌에서는 2010년 살인사건도 일어났다. 그 전에도 그런 일은 그 마을에서 많이 발생했다.
알아가는 과정을 계속 써나 갈 것이다.
예정대로라면, 나는 지금 영국 캠프힐 공동체에 있어야 한다. 비자 발급이 지연되면서 내년 1월로 미뤄졌고, 캠프힐을 다녀온 후 장기 자원봉사(Entry비자)하려던 오로빌을 관광 비자로 먼저 겪게 되었다.
오로빌리언이 되기 위한 공식적인 절차를 밟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마트리 만디르에서 명상을 마친 후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름다운 연주 소리가 들렸다. 부드럽고 달콤한 음색에 홀려 돌아보니 우쿨렐레. 이렇게 아름다운 음색의 악기였던가. 홀딱 빠지고 말았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 악기를 꼭 배워야겠다.
무엇보다, 엄청 가볍고 작아서 이동이 간편하다. 잘 배워두면 나중에 영화 <원스 3>나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 2>를 찍을 수도 있겠다.
마트리 만디르
오로빌 공동체의 상징물로, 명상의 장소이자 오로 빌리언들의 회합의 장소
마트리 만디르 예약 방법
화요일은 예약 사무실 휴무.
1. 방문자센터(Visitor Centre) 직접 방문(마트리 만디르 첫번째 방문시)
당일 예약은 안된다. 적어도 마티르 만디르 방문하고 싶은 날 하루 전에 방문자센터에 가서 예약.
2. 이메일 예약(마티르 만디르 재방문시 가능)
mmconcentration@auroville.org.in
마티르 만디르 방문하고 싶은 날보다 3일에서 7일 정도 미리 메일을 주는 게 좋다. 정상적으로 접수되면 예약 번호를 메일로 받게 된다.
3. 전화 예약(마트리 만디르 재방문시 가능)
(+91) (0413) 2622204
0413은 지역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