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빌 생활(1)
프랑스어를 하고 싶다면 오로빌로 오십시오. 프랑스로 가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비싸니까요.
오로빌에서는 영어와 프랑스어를 양껏 듣고 말할 수 있습니다.
1. 오로 카드 사용하기
오로빌 공동체에서는 '오로 카드'를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교통 카드처럼 충전해서 사용하는데. '타운 홀'안에 있는 '파이낸셜 서비스'에서 신용 카드 혹은 현금오로 충전할 수 있다. 신용 카드 결제 시, 1.9%의 수수료가 있으니 현금 인출기에서 현금을 뽑아 충전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것 같다.
공동체 안에서는 오로 카드로만 결제하는 곳이 있으니 카드 만들기는 필수. 오로 카드는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발급해준다.
공동체 안에서도 현금 결제 가능한 곳이 있고, 인근 마을인 쿠일라팔라얌 마을에서는 두 가지 모두 가능하다.
쿠일라팔라얌 마을에서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오로 카드를 발급해주지 않았다. 공동체 안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옮길 때쯤 그 존재를 알았는데 이 곳에서도 일주일이 지난 후에야 카드를 발급해주었다. 그것도 내가 여러 번 요구한 끝에. 화를 내면서 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니 5분 만에 뚝딱.
'디스 이즈 인디아'(이것이 인도!)
다른 게스트들은 체크인 한 날 바로 발급받았다는데 나한테는 왜 그랬을까?
분명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쇼펜하우어가 그랬다.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의지가 있는 곳에 현상이 있다고.
나는 한 달 장기 투숙자. 혹시 수입을 숨기려고?
우리가 세금을 내는 것처럼 이곳도 수입에 대한 일정 비율의 기부금을 오로빌에 낸다. '카드 등록(발급)을 늦게 하면 그만큼의 수입을 숨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심을 살포시 하게 된다.
2. 유명한 곳
솔라 키친
랜드마크이기도 하고 많은 이들이 찾는 식당이다.
가네시 베이커리
매우 유명한 곳이지만 막상 가보면 실망할 수도. 우리 기준에서 보면, 규모도 아주 작고 빵 종류도 몇 가지 안된다. 밖에서 봤을 때는 영업하는 곳이 맞나 싶게 어둡고 숲길로 한참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HERS
가네시 베이커리 바로 옆집. 잡화점.
컵라면, 과자, 음료수, 생활용품,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히말라야' 제품군을 만날 수 있다.
영양 크림을 125루피(100ml 기준)에 살 수 있다. 한화로 2,200원. 싸다. 내가 제대로 본 것인지 아직도 의심스럽다.
오로빌 베이커리
쿠일라팔라얌 마을에 있다. 처음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추천해 준 빵집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제과점 모습과 그나마 흡사하다. 빵 종류가 다양하고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Farm Fresh(팜 후레쉬, 쿠일라팔라얌에 있음)
식당 겸 잡화점.
인도 음식, 이탈리아 음식, 중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데 나는 이 곳에서 후라이드 라이스(볶음밥)와 치킨 누들(볶음면), Neapolitan pasta(나폴리탄 파스타)를 먹어보았는데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합리적인 가격과 훌륭한 맛. 짜지 않고 비주얼도 좋다(오로빌에 머물면서 갔던 식당 중 가격과 맛 모두 가장 마음에 든다.
이 곳 역시 전에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추천해주었다.
계산대가 있는 안쪽으로 가면 각종 잼, 차, 버터, 치즈, 일상 용품, 히말라야 제품군들도 구입할 수 있다.
Wunderbar(=Wonderful, 독일어, 분더바), 쿠일라팔라얌에 있음
음악과 명상을 좋아하고 다국적의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쿠일라팔라얌에 있는 이 곳을 방문해보길.
<인도 남자들의 달콤한 말 https://brunch.co.kr/@bruncha956/37>에 등장했던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파티가 자주 열리니 알아두면 훨씬 풍성한 인도 생활이 될 것이다.
3. 그 밖에
자전거길
자전거로 생긴 상처가 아물어가는 동안 내 자전거 실력은 일취월장.
본격적으로 자전거길 탐험에 나서고 있다.
오로빌에는 큰길 옆으로 오솔길이 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자전거 길(Cycle Path).
처음에는 길을 잃을까 두려워서도 못 갔고 처음 시도한 날은 길이 좁고 울퉁불퉁해서 크고 작은 부상을 많이 입었다.
자전거가 능숙하다면 자전거 길을 이용하고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큰 길이 나을 수 있다. 다만, 자동차, 오토바이 소리와 매연은 견뎌야 한다. 오로빌 안에서는 그나마 자전거 이동이 수월하다. 자전거 길도 있고 큰길에서도 시끄럽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쿠일라팔라얌과 오로빌을 잇는 메인 도로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이정표
이정표가 매우 열악하다.
이정표 정비 작업 프로젝트가 있을 법도 한데.
주민들이야 지리를 잘 알 테고, 요즘은 구글 맵을 이용 하니까 별 필요를 못 느끼나 보다.
나는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모든 길을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지도 문맹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내가 사용한 방법도 꽤 재미있다. 구글 맵은 딱 한 번 사용해보았다.
며칠 전, 역시 길을 물어 목적지를 찾아가다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길가에 앉아있는 분에게 물어봤더니 내가 온 반대 방향으로 알려주었다. 되짚어가다가 다른 분께 물어봤더니 그분도 역시 내가 왔던 반대 방향으로 안내를 하셨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했다.
구글 맵을 켜고 다시 한번 주변 분의 확답을 받고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할 수 있었다.
기술과 사람을 적절히 잘 활용하기를!
통신
오로빌로 숙소를 옮기기 전날, 쿠일라팔라얌에서 현지 통화와 데이터를 개통했다. 새로 들어가는 숙소에서
혹시 인터넷이 안되면 테더링(데이터 공유)을 할 목적이었다. 아! 그러나 깊은 탄식.
마을에서 개통한 데이터와 통화, 문자 서비스가 이 곳 오로빌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오로빌에 와서 개통했다면 제대로 터졌을 텐데 통화, 문자가 먹통일 때가 많고 데이터는 있으나 마나다. 오히려 숙소를 한참 벗어나야 데이터가 터진다. 아, 울화통 터진다.
통신 개통은 주생활권에서 하기를.
프랑스어
오로빌 공동체를 처음 만든 분('마더'라고 불린다)이 프랑스인이고 초창기에 프랑스인이 주축이 되어 많은 유럽인들이 이 곳으로 이주했기 때문에 현재도 프랑스인이 많이 살고 있고 따라서 프랑스어를 실컷 들을 수 있다.
프랑스어를 배우기는 했지만 말할 기회가 없어 고민인 분들에게는 '말하기'와 '듣기'를 위해 괜찮은 곳이다.
다시 한번 당부
나는 이 곳에서 많은 호의와 친절을 경험했지만 그렇다고 긴장의 끈을 늦출 수는 없다.
누가 봐도 건장한 남자인데도 불구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가방을 채일 뻔한 적도 있고, 누군가는, 현지인이 가슴을 만지고 도망쳤다는 경험도 있다.
흥정도 필요하고, 크고 작은 사기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디스 이즈 인디아'
명심하고 명심해야 한다. 이것이 인도다.
저녁에 돌아다니기 있기 없기?
없기.
À bientôt (=See you soon, 또 만나요).
팟캐스트 <우왕좌왕 싱글 라이프> 11-1. 게스트와 함께 오로빌로 우왕좌왕
http://www.podbbang.com/ch/14588?e=22507171
팟캐스트 <우왕좌왕 싱글 라이프> 11-2. 게스트와 함께 오로빌로 우왕좌왕
http://www.podbbang.com/ch/14588?e=22507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