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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 마수리 Oct 02. 2017

인도 남자들의 달콤한 말


인도에 도착한 날, 자전거부터 빌리러 갔다. 나는 체구가 아담해서 내게 맞는 자전거가 있을지 걱정도 되었다. 문이 잠겨 있어 마을을 한 바퀴 돌고 다시 찾아갔다. 직원이 일단 안장 높이부터 체크하고 바퀴에 바람까지 빵빵하게 넣어주었고, 이내 자전거를 타보았다. 아, 나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계속 옆으로 꼬꾸라졌다. 잠시 후, 주인이 와서 이것저것 살펴주고 드디어 직진에 성공. 

이제는 흥정 차례다. 하루 40루피씩 한 달 1200을 불렀다. 3일에 걸친 흥정 끝에 1000루피로 합의를 보았다. 사실, 내가 오로빌에서 메일로 안내받기로는 한 달 자전거 대여료가 650-750루피였기 때문에 바가지요금인 줄 알고 흥정이 길어졌던 것이다. 그런데 그 정도면 싸게 빌린 거다. 방문자센터에서는 하루 대여 60루피, 한 달 대여 1,320루피(여성용)이다. 


1루피는 약 18원


오로빌 자료는 예전에 작성한 내용을 수정하지 않고 지금까지 사용하는 것 같다. 그만큼 이곳 물가도 많이 오른 것일 테고. 메일 내용을 보여주면서 더 깎을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내가 자전거를 잘 탈 수 있도록 여러 가지로 신경 써준 노고가 고마워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았다. 이곳에서는 마음이 순해진다.

대여점 주인과는 마을에서 자주 마주쳤고 가게까지 혹은 집까지 오토바이를 몇 번 얻어 타곤 했다. 알고 보니 바로 옆집에 살았다. 문 하나 사이. 어쩐지 자주 마주치더라니. 

붙임성도 없고 사교성도 없는 나지만 이 아저씨랑은 금방 친구 먹었다. 두 번째 봤을 때, 내가 먼저 ‘안녕, 친구!’라고 인사했다. 아저씨라고 했지만 어쩌면 나보다 동생?  얼굴과 나이가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니까. 

3일 만에 대여료를 지불하러 갔을 때(첫날, 돈 안 받고 자전거부터 내주었었다), 안부를 묻고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나는 앉아있고 네가 서 있으니 내 마음이 아프다. 부디 여기에 앉으면 좋겠다”며 자리를 내주었다. 이런 친절 꾼 같으니라고. 


쿠일라팔라얌(처음 묵었던 마을)에서 오로빌 공동체 갈 때 오토바이에 무임승차한 적이 있다고 했다(‘릭샤가 친절에 퐁당 빠진 날’https://brunch.co.kr/@bruncha956/31) 나중에 알고 보니 직원이 아니라 사장이었는데 그 사람의 한 마디 역시 여심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릭샤를 쉽게 잡는 방법을 물어보다가 얘기가 좀 길어지자 그 사람이 던진 한 마디는.

 “나는 그늘에 있고 너는 햇볕에 있으니 내 마음이 슬프다, 부디 내가 있는 이 그늘 속으로 들어오면 좋겠다” 심지어 두 손으로 그늘을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이 정도면, 전문 ‘꾼’ 아닐까? 달콤한 말과 친절이 차고도 넘친다. 그뿐인가, 이 남자, 5개 언어를 한다. 타밀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처음 묵었던 숙소, 그 날 아침 방 커튼은 열려있었고 나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창문 밖이 꽤 소란스러웠고 부산해 보였다. 마음만 먹으면 밖에서 얼마든지 내 방을 엿볼 수 있다(방범창이라 들어오지는 못한다). 일어날지 말지 고민스러웠고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마을 주민에게 듣기로, 그는 현재 4명의 부인과 8명의 자녀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소란은 금방 마무리되었고 빨래 거리를 내놓으러 방문을 나섰는데 저만치 있던 주인아저씨와 마주쳤다. 

“오늘 아침 정원에 급하게 손 볼 것이 있어 네 방 창문 앞을 지나게 되었고 소음을 일으켰다.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해 부탁한다. 미안하다”

상황이 일어날 당시에는 불쾌했었지만 마음이 금세 홀가분해졌다. 그런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내내 찜찜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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