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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 마수리 May 27. 2019

폭탄 한 번에 빵 한 번

하노이 생활 5개월

하노이에서 세 개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지금은 핫(hot)한 계절. 40도를 왔다 갔다 한다.


내가 가르치는 한국어학과 학생들은 '한국'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반짝거린다. 이유가 필요 없다. 그냥 좋아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대한민국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날마다 끔찍한 사건 사고 부정부패, 비리, 온갖  부조리와 모순 있고 한국인들은 '헬조선'을 외치고 있다.


이 학생들의 콩깍지는 과연 언제 벗겨질까?  슬프게도 그런 날이 오고야 말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 학생들이 자랑스럽고 좋다.

한국어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고 어떤 도전 과제를 내놔도 항상 기대 이상의 놀라운 결과물을 놓는다.


폭탄 한 번,  빵 한 번 / 병 주고 약 주고


코이카 지원을 준비하면서 '국제개발' 분야를 알게 되었다. 이런저런 고상한 이유를 떠나  세계를 무대로 일하는 것이 매적으로 보였다.

나는 지금, 그 현장에 있다.

발도상국에 파견되어 지식을 전수하고 필요에 따라 시설 지원도 해주는 코이카 봉사단.


그러나 '국제개발' 공부를 하고 현장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의문이 생기기 시작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원조는 증가하는데 왜 가난한 나라는 계속 가난한가?'


내가 내린 결론이다.

1. 부정부패로, 원조금이 수원국(지원을 받는 나라) 국민에게까지 제대로 내려가지 않는다.

원조금을 받으면 고위 공무원들의 주머니가 먼저 채워지고. 따라서, 원조를 할수록 오히려 고위층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된다.

수십 년간 막대한 지원금을 받고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2. 왼손과 오른손이 모순된 행동을 한다.

'기업의 사적 책임 '이라는 말이 참 불편하다. 한쪽으로는 아동 노동력 착취, 약소국 및 개인에게 온갖 추잡한 짓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선'을 이야기한다.


국제개발 지원금(원조)도 마찬가지. 강대국이 약소국을 상대로 노동력을 착취하고 금융 자본으로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그 돈으로 지원금을 내놓는다.


무자비하게 폭탄을 떨어뜨린 후 그 자리에  빵을  뿌고, 왼손으로는 치명적인  병을 주고 오른손으로는 약을 쥐어준다. ,

또, 왼손으로는 온갖 추한 짓을 하고  오른손으로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뿌린다.

성경의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를 아주 잘 실천하고 있다.


베트남 마찬가지다.

번듯한 건물과 캠퍼스가 있는데도

학교의 지원과 투자는 보이지 않고 외부 지원받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학교 돈은 쓰지 않고 외부 지원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그럼 그 열매는 누가 가져가는가? 과연 누구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것인가?

학교는 '손 안 대고 코 풀기'를 한다.


베트남은 이미 자립할 수준에 와 있다. 연 7%의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고 더 이상 지원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신동방정책으로 다시 주목받게 되었고 국가적 이해관계에 따라 지원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절대적 빈곤이라면 당연히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제공해야겠지만 자기들 주머니를 불리면서 계속 도와달라고 징징대는 것을 지원해 주는 것이 과연 옳은 방향일까?

그러나, 답은 정해져 있다. 기관과 기관, 국가와 국가의 이해관계.


베트남어


불어 같기도 하고 중국어 같기도 한 베트남어. 어렵기만 하고 아직 매력을 모르겠다.

나는 불어나 독일어 못 알아듣지만 들으면 귀가 즐겁다. 샹송이나 독일 가곡을 들으면서 가사 내용이 궁금해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어 접근하는 방법도 바로 이런 것이다. 한국 노래, 드라마, 영화를 통해 국이라는 나라와 한국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그런데 아직도 나는 생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베트남어가 다가지지 않는다.


사실, 하노이에 있으면서 베트남어에 대한 필요성보다 영어의 중요성을 더 느끼고 있.

아마 세계 공용어라는 영어의 위상 때문인 것 같.


베트남이 미국을 안 좋아해서 영어를 안 쓰고 또 못하는 줄 알았다. 아니다.

영어 구사자를 쉽게 만날 수 있다. 학교에서, 버스에서, 마트에서, 커피집에서, 길에서. 다만, 우리처럼 무차별한 외래어(영어)를 안 쓰는 것뿐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외래어(영어)를 많이 쓰지만 정작 대화가 안 되는 반면, 하노이 사람들은 영어(외래어)를 거의 안 쓰지만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많이 본다.


그리고 알파벳을 읽는 법이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에이 비 씨라고 읽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아 베 쎄 데(프랑스어, 독일어)로 읽는다. 그래서 더  영어를 못한다고 느끼는지도.


베트남에서 인기  있는 언어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순이다


하노이 '서호' 주변. 하노이는 오토바이의 숲이다.


'미안하다'는 말은 지 않는 거야.


하노이에서 듣기 힘든 말이 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 말을 하면 지는 거라고 생각한단다.

차와 오토바이가 부딪쳐도 차와 차가 부딪쳐도 차와 오토바이가 사람을 쳐도 그냥 슬쩍 쳐다보고 가버리면 그만이다.

영국에 있을 때(6개월 체류) 옷깃만 스쳐도 미안하다는 말을 주고받은 기억이 있다. 그 사람들은 미안하다와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자동 발사.

워낙 입에 달고 살다 보니 상대방이 잘못한 상황에서도 본인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는 하소연을 들은 적도 있다.

역사 속에서 영국이라는 나라가 저지른 악행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하노이에서는 그 시절이 많이 생각난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미안하다는 말을 고받는. 

그러나 모르는 일이다..

사소한 일에는 미안하다는 말을 달고 살아도 이해관계가 있거나 돈이 걸린 문제에서도 쿨하게 잘못을 인정하며 미하다고 하는지는.


하노이에 살면서 나도 점점 미안하다와 고맙다는 말이 잊혀간다.


투잡은 기본, 뇌물은 생명줄


베트남의 월급이 25~50만 원이라고 들었다.

믿기 어렵지만 대학 총장도 월급이 1천 달러 정도라고 한다. 사실인가?

그러면 그들이 그 적은 월급으로 아등바등 살까?

공무원일수록 높은 자리일수록 뇌물이 그들을 먹여 살린다. 모든 것은 다 '돈'으로 통한다. 돈이 다 해결해준다. 이 개입되지 않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

서민들은 투잡이 기본이다. 그러니 본업에 소홀한 경우도 많다.


베트남은 '뇌물'과 '관계'가 중요하다.

'관계' 때문에 외국인이 이용당할 수 있다. 자국민들끼리의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훗날(일)을 도모하기 위해서 외국인에게 '뒤집어씌우기'를 한다는 얘기이다.


관계, 뇌물, 미안하다와 고맙다는 말은 개나 줘버리기, 외국인으로서 억울한 경우가 발생한다는 사실.


5개월 하노이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베트남의 속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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