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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과 환희의 도시, 리마

by 상진




페루. 리마의 대통령 궁



태양이 내리쬐는 아르마스 광장의 한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저들은 왜 저곳에 모인 걸까?

평소 같으면 끼지 않을 그곳에 괜한 궁금증이 생겨 인파를 헤치고 가까이 다가가 본다. 사람들은 얼굴에 미소 가득 즐거움을 안고서 카메라를 들고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몇 분쯤 지나자 음악소리와 함께 제복 입은 군인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군악대였다.

사람들이 모여 있던 곳은 리마 시내의 중심지인 아르마스 광장을 중심으로 한편에 자리하고 있던 대통령 궁이었다. 이곳에서는 오후 12시 정각이 되면 근위병 교대식이 진행된다. 이때 군악대도 함께 나와 행진곡과 여러 합주곡들을 연주하는데, 이 행진을 사람들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곧이어 여기저기에서 찰칵찰칵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연신 사진들을 찍어댔다.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나는 길에 사람들 사이에 끼어 두리번거리다가 정각에만 볼 수 있다던 근위병 교대식을 볼 수 있었으니 나는 운이 좋았다.


군악대의 합주곡들이 대통령궁과 리마의 시내에 울려 퍼진다. 즐겁고 경쾌한 연주곡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 자리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 휘파람을 불며 분위기를 더욱 무르익게 만드는 남자, 계속해서 사진을 찍는 여행자들, 조용히 그 모습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들,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축제의 분위기를 만든다. 페루의 근위병 교대식은 이미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관광코스 중 하나이다.

몇 번의 흥겨운 연주곡들이 지난 뒤에 조용하면서도 어디인지 구슬프기까지 한 곡들이 연주된다. 그런데 이 멜로디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뽕짝'이라고 불리는 트로트의 음률들과 흡사하다. 이후 여행했던 몇 개의 나라에서도, 도시에서도 이런 연주곡들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역시 트로트와 닮아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느 나라나 도시나 국민들의 서정적인 감성은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위병 교대식의 군악대



이미 근위병 교대식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은 시내의 중심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교대식 시간에 맞추어 도로까지 통제해 둔 덕분에 도로에도 사람들이 넘쳐났다.

30분쯤 지났을까, 연주들이 모두 끝나고 사람들은 여운 가득히 남긴 채 발걸음을 돌린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자 신기하게도 언제 그런 축제가 있었냐는 듯이 평범한 일상의 거리로 돌아가 있었다.

여전히 햇볕은 뜨겁게 내리쬐고 있다. 사람들은 이 뜨거운 햇볕에 아랑곳 않고 자신들의 열정과 환희, 그리고 흥겨움을 거리 한복판에서 쏟아내었다. 지켜보고 있던 나까지도 그 열정과 흥겨움에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과연, 페루가 태양의 나라, 열정과 환희의 나라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페루 리마, 아르마스 광장에 위치한 노란색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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