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 그리고 불안감을 모두 가슴에 담은 채 공항에 도착했다.
이상한 일이다. 공항에 온 것이 처음도 아닌데 매번 이 곳에 올 때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공항에 들어서면 공기도, 기분도 달라지는 이유는 떠나는 사람과 떠나온 사람,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함께 섞여있는 공간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기대감과 설렘이 가득한 곳이기에 공항은 늘 생동감이 넘치고 사람들로 북적인다.
공항에 도착하니 함께 떠나기로 한 친구가 도착해 있었다.
"어, 일찍 왔네."
영호는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자라온 20년 지기이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여행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둘이서 떠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남미라는 생소한 곳으로 떠나면서도 왠지 모를 안도감은 영호가 오랫동안 외국생활을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비로소 출국장을 나오니 서울을 떠난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승강장 옆 창문으로 승객들을 태우기 위해 대기 중인 비행기들이 보인다. 아마도 비행기 안의 사람들은 떠난다는 사실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과 기대감에 가슴이 한껏 부풀어올라 있을 테지.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비행기는 꿈이 가득 담긴 보물선처럼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빛을 발하고 있다.
잠시 후, 우리가 탄 비행기는 속도를 내며 조금씩 하늘로 날아오른다.
드디어 남미 여행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어떤 곳을 가게 되고 어떤 모험을 하게 될까. 가슴이 요동쳤다.
'잘 있어라. 서울아, 잠시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