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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지숙 Sep 16. 2023

스무 살에 꿈꾸었던 보헤미안을 다시 꿈꾸며

2023년 4월 10일

앞머리 겁나게 부풀리고, 못치는 기타도 벽에 기대어 세워두었던 스무 살 시절 보헤미안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보헤미안을 꿈꾸었지 아마. 

한때 모 시민단체에서 영화연구모임을 만들어 타르코프스키니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니 하는 감독들의 영화를 함께 보고 토론하고, 유고연방을 배경으로 한 영화 언더그라운드(에밀 쿠스트리차 감독 영화였던 거 같은데)를 보며 세계정세를 비꼰 코미디에 머리가 깨지고 눈이 뜨이는 충격을 받던 시절, 같은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집시의 시간을 만나고 나는 그만 탈속해버리고 말았더랬지

그 집시의 나라가, 내가 젊은 시절 꿈꾸었던 낭만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의 젊고 아름다운 집시의 시간을 채운 보헤미안의 땅이 체코의 명칭이었다는 것을 여기 와서 알았다. 

딱히 체코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왠지 체코에 이끌린 것이 어쩌면 20대에 막연히 꿈꾸었던 집시의 삶에 대한 이끌림은 아니었을지. 그래봐야 이 나이에 싶지만 ㅠ

말이 난 김에 좀 알아보니 보헤미아는 옛 보헤미아 왕이 통치한 지역을 가리키는데 주요 도시는 프라하와 플젠인 듯하다. 보헤미아 왕국이 옛 보헤미아, 모라비아, 실레시아, 라우지츠 지역을 다스렸는데 체코인이 보헤미아를 기반으로 다른 곳을 정복했고, 현재 보헤미아 왕국을 계승한 체코가 보헤미아, 모라비아, 실레시아 일부를 차지했고, 나머지 실레시아는 폴란드령으로 들어갔으며 라우치스는 독일과 폴란드 땅으로 들어갔다고 우리모두의 백과사전, 위키가 알려준다. 

체코 인근이 보헤미아 왕국의 후신이라는 건데 땅의 분할과 편입도 복잡하지만 역사도 복잡하다. 870년경 프르셰미슬 왕조의 보리보이 1세가 보헤미아 공국을 세웠고 1002년 신성로마제국의 제추국이 되었으며, 1192년 보헤미아 공작으로 즉위한 오타카르 1세가 1198년 보헤미아 왕국을 선포했다. 두둥~

프르셰미슬 왕조의 단절(우짜다가?) 이후 룩셈부르크 왕조, 폴란드 왕국의 야기에우워 왕조를 거쳐 오스트리아 대공국의 합스부르크 왕조의 지배를 받았다고 한다. 

이거 안다고 여행의 묘미가 더 사는 건 아니겠지만 그 지역 여행자로서 예의상 체코와 체코 근방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짚어보았다. 

내일 11일부터 13일까지 데친에서 출발해 2박3일 전체 일정을 떠난다. 

11일은 크로코노세 팀버 트레일(트리탑)-쿡스-리토미슐을 간다. 숙박도 리토미슐에서.

12일은 리토미슐 출발해서 브로노-레드니체. 숙박은 레드니체.

13일은 레드니체 출발해서 모라브스키 크롬로프(슬라브에픽)-체스키크롬로프-흘루보카-프라하에 도착한다. 

프라하에서 전용 차량 종료되고, 기차로 데친 숙소로 귀환이다. 어쩌면 프라하에서 이날 데친으로 귀가하지 않고 하루 연장할 수도 있다고 한다. 

저 일정에서 체스키크롬로프까지만 전체일정으로 참가하고, 잘츠부르크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글쎄 나는 그냥 기본일정을 일단 소화하고, 숙소로 돌아와 하루쯤 쉰 뒤 잘츠부르크든 베를린이든 비엔나든 갔으면 싶다....만, 내가 교통에 대해서는 타고난 둔재이니 그쪽으로 감이 빠른 사람의 의견을 따르는 게 낫겠지. 

오늘 저녁 답사에서 돌아온 데친 샘(숙소 주인인 가이드 K를 데친 샘으로 부르기도 했음)이 준비한 저녁(아마도 귀하고 고급스러운 다량의 와인과 소박한 안주와 겸허한 밥상이 어우러진)을 먹으며 2박3일 일정을 듣기로 했는데 지금 누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저녁 드시러 오라는 데친 샘 목소리. 얼른 내려가 봐야겠다. 오늘은 딱 와인 한 잔만 마셔야지. 

덧, 오늘은 소박한 안주와 겸허한 밥상을 합친 무쟈게 맛난 돼지고기. 그냥 돼지고기가 아니고 이 지역에서 유명한 무슨 종이라고 하는데 시끄러워서 잘 듣지를 못했다. (나중에 여행팀 단톡에 '꼴레뇨'라고 올라옴. 꼴레뇨는 돼지 무릎의 한 부분을 통째로 구워주는 전통음식으로 프라하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라고 함) 아무튼 맛난 돼지고기, 꼴레뇨 푸짐하게 먹고 먼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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