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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지숙 Sep 16. 2023

캐슬 쿡스와 페트라 넴초바의 소설 배경을 찾아

2023년 4월 11일

팀원 아홉 명이 함께 움직이는 2박3일 일정의 패키지여행 첫날.

데친에 있는 숙소를 나서 동쪽 보헤미안 지역에 있는 트리탑으로 향했다.  

패키지여행을 위해 운전기사와 함께 대여한 차량은 밴. 

세 번째 오른쪽 의자에 앉았다가 멀미가 일어 앞자리 앉은 S옆으로 가서 앉았다. 

앞창을 두드리는 비를 구경하며 두 시간쯤 차를 타고 달리자 나무 숲이 보이고, 차가 멈췄다. 굵은 나무가 100미터(?)는 됨직하게 대나무처럼 죽죽 올라간 숲이 차에서 내린 우리 일행을 맞아주었다. 

공중에 띄운 다리를 건너가자 트리탑이 보였다. 나선형으로 빙빙 돌며 올라가니 눈 깔린 산중턱이 안개에 잠긴 채 은일한 산중거사의 거처처럼 앉아있는 게 멀찍이 보였다. 고소공포증에 누가누가 강하나, 겨루는 놀이하며 올라갔다 내려왔다.

트리탑 아래 카페에서 보잘것없는 점심을 먹고 향한 곳은 캐슬 쿡스(Castle Kuks). 

가(짜)리지널 조각품과 초록의 잔디와 용모가 아름다우나 어딘지 음산한 나무로 조성된 너른 정원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정각 13시에 몇 마디 알아들을까 말까 한 체코처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한때 쿡스 병원이었던 약국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건물 내부도 매우 매력적 이고 왠지 좀 음산했는데 바로크 양식이라고 했다. 

전설에 따르면 체코의 동부 보헤미아에 위치한 이곳 작은 마을 쿡스에 듣도 보도 못한 황금막대기가 땅에서 쑥쑥 자라났고, 그것이 황금색을 띠더란다. 황금막대임을 알아본 농부가 막대 일부를 떼내 장에 내다 팔았다. 사람들이 이를 수상히 여겨 몰려들자 눈앞에 있던 황금막대가 사라지면서 온천이 솟았다고 한다.

온천이 솟은 자리를 1684년 안토닌 스포크 백작이 사들여 시설 짱짱한 스파시설을 지었고, 쿡스 약국 박물관 전신인 병원을 지었다고 한다.

이 병원은 1743년부터 1938년까지 늙고 부상당한 군인들을 돌보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를 당시에는 동안 젊은이들을 위한 학교로 바뀌었다가, 전쟁이 끝난 후부터 1972년까지 노인들을 위한 양로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사실 그런 훌륭한 쿡스의 역사보다 더 구경거리는 박물관으로 변신한 건물에 비치된 브라운의 조각 작품이었다. 브라운은 체코의 미켈란젤로라고 불렸다는데 조각품을 보니 느낌상 그럴 것 같았다. 조각품의 예술적 완성도는 모르겠지만, 강점의 환기면에서는 파워있는 조각품이었다고 할까. 미덕과 악덕, 선과 악의 느낌으로 양분해 작업해놓은 조각품을 하나씩 살펴보는데 내 머릿속, 가슴속에서 갖가지 스토리가 공상의 구름형태로 구물구물 기어 나왔다.

쿡스를 떠나서 향한 곳은 남보헤미아 주 라티보르시. 

먼저 체코 500코루나 지폐의 주인공인 페트라 넴초바가 지은 소설 <할머니> 의 배경이 된 마을을 찾았다. 소설을 읽지 않아서 별 감흥은 없었지만 세상에 참 예쁜마을도 다 있다 싶었다. 

세상 평화로운 들이 소박하게 펼쳐져서는 우리 일행에게 어서 이쪽으로 걸어들어 오시지요, 라고 시냇물 흐르는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무슨 요가를 하는 양 자유롭게 굽은 나무가 울타리처럼 들 가장자리에 서있고 작고 귀여운 꽃들이 얼굴을 내민 들을 걷다가 작은 천이 흐르는 둑길 산책로를 따라 비 그친 너른 들을 걷는 기분은 상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풍경에 도도하게 이는 흥취는 있으나 전용차량 미니밴을 타고 이동 중이라 눈알이 아프고 멀미가 나서 폰을 들여다보기가 힘들다. 메모하는 것도 힘들어 여기서 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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