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것도 있지만 여행이 그렇지 머

by 안지숙

라탐 타고 9일 낮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로 들어오자 배가 부글부글 방귀 팡팡이 시작되더니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것이 그 유명한 고산증이로구나. 숙소 입성, 몇 시간 침대에 누워있으니 아침에 먹은 약발인지 증세가 나아졌다.

그래도 쿠스코에 왔는데 싶어 광장으로 슬슬 나갔는데 이놈의 kt로밍이 문제. 인터넷이 아예 안되니 내가 보는 게 뭔지 검색이 안된다. 일본인여자가 하는 마차(말차) 카페가 유명하다는데 어딨는지 찾다가 포기.

아르마스광장에서 산등성이에 알록달록 앉은 집들을 멍하니 보는데 누가 어깨를 친다. 식사멤버인 두 아저씨다(거의 나랑 갑장들) 셋이 아르마스광장, 잉카시절 석조기술의 완전체라는 12 각돌, 대성당, 주변 마을길을 돌았다. 고위직 공무원 출신으로 최근에 은퇴했다는 두 아저씨가 12각 돌에 푹 빠져 원리를 설명하는 동영상을 서로 찍어주는데 귀엽더구먼. 며칠 동안 보여준 이미지가 어지간히 점잖았는데 반전.

숙소로 돌아와 보니 말 많은 룸메 나한테 삐져서 쌩하다. 말을 걸어도 모른 척. 지난 며칠 계속 내가 두세 시간씩밖에 못 자 눈이 뻑뻑하고 시리고 어지럼증이 생긴 상태. 룸메가 사업하는 여자라 밤에도 휴대폰이 울려대니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며칠을 참고 견디다 아침에 룸메한테 각 방 쓰는 게 좋지 않겠냐 조심스럽게 말하고 인솔자에게 알리니 그때부터 입이 댓발. 인솔자 말은 이미 포화상태라 가능할지 모르나 본사와 연락해 알아는 보겠다고.

밤 되니 갑자기 기온이 확 내려가 몸이 으슬으슬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짐분량이 3,4분의 1 정도인 내가 장기간 여행을 감행하는 비결은 내가 몽땅 걸칠 수 있는 만큼의 옷을 가져간다는 것. 빤스 앙말 얇은 옷부터 두꺼운 옷까지 차례로 껴입어 완성된 몸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짐인 거지. 먹거리도 완전오지 비상시 먹을거리만 챙기고 사 먹는 걸로. 다행히 어디로 가든 현지음식에 적응 못한 적은 없으니.

내일은 대망의 마추픽추! 페루를 오는 이유는 마추픽추를 내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어제 이 글을 쓰다가 머리 아프고 화장실 들락거리다 샤워 포기 잠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나 이 글을 마무리해 올림)

엊저녁께 비가 제법 내려서 으짜꺼나 했는데 이곳 시간으로 11월11일 06시27분인 지금 비가 그친 상태. 밖에서 조식을 기다리며 떠드는 일행의 소리가 들린다. 든든히 챙겨 먹고 마추픽추로 가보자.

*사진은 밥 먹고 나서. 룸메 화장하고 챙기는 동안에. 짐이 없으니 챙기는 시간이 안 들어 좋다. 불편한 거도 있지만 여행이 그렇지 머

#쿠스코 #서늘하고_낡았지만_잉카의_전통이_느껴지는_쿠스코_숙소에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