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내가 문제야 문제
며칠 전 같이 일하는 동종업계 친한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워낙 친한지라 자주 술자리를 가졌고 두 부부와 나는 즐거운 시간을 갖곤 했다. 그러나 술자리가 잦아지다 보니 항상 술 먹고 부부 싸움이 있곤 했고 서로 대환장파티가 벌어지곤 했다. 그럴 때도 있고 평화로울 때도 있고.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고.
그 날도 그랬더랬다. 2차 까지는 다들 즐겁고 흥겨운 분위기. 문제는 항상 노래방에서 시작된다. 노래방에서 거나하게 취하고 꼭 둘 중 한 부부가 싸운다. 그리고 파장이 나서 4차를 가서 화해. 결국 그날도 노래방에서 한 부부가 싸웠고 집에 가네 어쩌네 하다가 중국집에 가서 한 잔 더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부부가 싸우기 시작했다. 그걸 말리기 위해 나머지 셋, 나 포함 은 이런저런 말을 건네기 시작했고 취할 대로 취한 나는
“그냥 헤어져, 이혼해. 이혼해 버려~! “
라고 말했던 것 같다. 그 순간이었다. 내 말을 받은 싸우지 않고 있던 부부 중 남자인 분이 뱉은 한 마디.
“결혼에 실패한 저 사람 말 듣지 마시고.”
난 “뭐라고요?!”를 외치며 옷을 챙겨 나와버렸고 분함에 눈물이 나고 있었다. 너무나 분하고 서러웠다. 서로 낄낄거리며 웃고 떠들면서도 나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난 결국 그들의 평가에 있어 결혼에 실패한 사람인 건가. 그런 낙인이 찍혀버린 건가.
얼마든 좋으니 빨리 와달라고 대리를 부르고 집에 오는 내내 울면서 왔다. 난 그런 사람이었다. 자존감은 낮은데 자존심은 센 사람. 누군가에게 그런 평가를 받는 건 가장 두렵고 싫은 일이었다는 걸. 하지만 넌 그런 사람이 아냐, 훨씬 좋은 사람이야. 남의 말에 신경쓰지마. 라고 자신을 위로조차 할 수 없는 나약한 자아인 사람.
다음날까지 그 여파는 가시질 않았고 하루종일 커튼이 쳐진 방 안에서 무기력함에 잠식되었다. 난 실패자다. 결국 실패자인 거다. 그 발언의 당사자인 그 남자분은 죄인모드로 내게 계속 사과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랴. 나도 술 먹으면 말 실수 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원치 않는 상처를 줄 수 있겠지. 중요한 건 지금의 내가 어디에 와 있느냐는 의문이다. 그리고 난 그 질문에 대답할 자신이 없어 땅굴을 파는 중이다. 좀 더 나은 내가 되지 못함에. 주위 사람들에게 여전히 불완전한 모지리 같은 평가에. 당당하지 못한 사실에. 그 어느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현실에. 언제까지 난 그런 인식들과 싸워야 할까 참 피곤하다. 조금만 흐트러져도 한 번만 삐끗해도 난 낙인이 찍힌다. 쟤는 항상 저래. 나쁜 것은 모두 현재진행형. 좋은 것은 과거완료형. 그렇다고 남들 말에 흔들리지 않는 난 나만의 길을 가련다 스타일도 절대 못 되기에 이렇게 괴로운 것이겠지.
땅굴이 참 깊고 깊다. 끝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