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가게에서.
“아직 아가씨에요?“
“아뇨 한번 갔다왔어요…이혼했으니까 이렇게 내 마음대로 옷을 사지 안 그랬으면 어림도 없어요.”
옷을 계산하기 위해 계산대에 옷을 올려놓은 손님이 옅은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난 찬찬히 옷의 가격표를 찍으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시군요. 이혼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잠시 천장 쪽을 바라보듯 하더니 손님은 이내 입을 열었다.
“이제 삼 년정도…? 된 것 같네요..그 전엔 용돈 25만원 받고 살았으니까요.”
웃는 손님의 얼굴에 알 수 없는 표정이 지나갔다. 그러나 여러 손님을 만나 본 나는 금방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나 바보같이 살았죠? 한심하죠? 그래서 지금이 정말 좋아요.‘
이내 다른 손님이 오고 그 손님은 가고 더는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지만 그녀는 왠지 내게 짧지않은 인상을 주었다. 앞으로도 그렇게 즐겁게 살라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다시 보게 된다면 나는 그 말들을 할 수 있을까.
겨울 옷을 샀다. 바지도 윗 옷도 뭐든 어정쩡해서 집 앞에 아울렛을 가서 뒤적뒤적해봤다. 내가 대학교때 정말 너무나 입고 싶었지만 꿈도 꿀 수 없었던 리바이스 501이 있었다. 욕심이 났다. 지금도 못 입으면 너무 억울한 일 아닌가. 에라이. 사고 말았다. 애초에 목표였던 원피스는 멀리 사라진지 오래였다. 바지랑 니트가 예뻐서 우연히 들어간 가게에서 겨울 옷을 잔뜩 사버렸다. 카드값어쩌지. 일단 사고 집에 있는 몇 년 된 옷들을 다 버리리라 결심했다. 음하하하하. 옷을 입어보고 드디어 최종후보들을 계산대에 올려놓고 옷가게 언니랑 이런저런 이야길 나눈다. 대뜸 나보고 아가씨냐고 묻는다. 항상 이런 질문을 받으면 고민이 된다. 그냥 처녀라고 할까 갔다왔다고 할까. 갔다온다고 한다. 잘 갔다 왔댄다.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고 한다. 옷을 사서 집에 오니 마음이 부자가 된 것같다. 하하하. 카드값은 나중에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