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우울하네

물에 빠진 이를 꺼내려하면 같이 빠져 죽습니다

by Jude

젠장.

또 다.

죽은 사람들이 나오고 죽은 고양이 마저 나에게 갸르릉 거렸다. 한참 괴리감 속에서 허덕이다 깨달았다. 죽은 존재들이란 것을. 허둥지둥 집으로 돌아가려고 들어선 옛날 살던 동네는 한창 재건축으로 길이 다 없어져 있었다. 길도 아닌 흙탕물 고인 진흙땅을 지나 도대체 집이 어디에 있는 것인가 눈물이 나는 걸 참으며 뻘건 젖은 흙을 밟고 바위를 지나다 잠이 깼다.


요즘 왜 이렇게 꿈자리가 사납지. 자고 나면 온몸이 아프다. 밤새 정말 옛 동네를 돌아다니다 온 것처럼. 어제부터 다시 우울한 기분이 날 잠식하고 있다. 넌 아무것도 아니야.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그래봤자 나아지는 게 뭐야? 넌 이미 망했어. 변하는 건 없어. 넌 초라하고 비참하게 죽을 거야. 꿈에서처럼 온종일 할 수 없는 걸 하려고 바둥거리다 너의 일생은 그렇게 무의미하게 끝나버리겠지.


무섭고 무기력해서 덜덜덜 떨며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글을 쓴다. 불안이 미친 듯이 칼춤을 춘다. 참으로 귀하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 너를 봐라. 이렇게 비루할 수 있느냐. 이게 너고 너의 인생이다. 너를 지탱해 주는 이들이 모래성 사그라들듯 파도 한 번에 그리 사그라들터인데 그들을 의지하느냐. 잡고 버틸 동아줄이 흔들흔들 흔들린다. 손이 아파온다. 팔이 빠질 것 같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믿던 미천한 희망이 깨진다. 그런데도 놓을 수가 없다. 이 줄 마저 놓으면 난 정말 나락으로 떨어질 테니까. 아직은 잃어버린 희망보다 나락의 두려움이 더 크다.


아무도 없다. 인생은 혼자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 자꾸 누군가를 찾고 기대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넘어트린다. 원하는 나, 바라는 내가 되기엔 아직 그 차이가 너무 크다.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라고 글을 마무리하기엔 난 이제 자신에 대한 다짐으로 일기를 끝맺던 초등학생이 아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화살의 틀어짐이 훨씬 커진다. 실제로 양궁에서 화살이 2mm만 틀어져도 과녁에는 36cm의 격차로 꽂힌다고 한다. 나이 먹을수록 살짝만 다른 선택을 해도 결과는 천지차이로 나를 짓누른다. 나이에 비례해서 과녁과 나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나의 시력과 집중력은 떨어진다. 과녁에 화살이 들어가긴 할까. 벗어난 화살들은 무의미하게 떨어지고 화살통의 화살의 개수는 줄어만 간다.


이렇게 땅굴을 파기 시작하면 나오기가 너무나 힘들다. 마음을 몇 천 번을 다잡고 그려지지 않는 무지갯빛 미래를 수백 번 그려보고 괜찮다 스스로 위안도 해보고 나의 가치를 찾기 위해 삶을 반추도 해 본다. 당장 내가 없어지면 슬퍼할 가족들도 생각해 보고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날 책망도 해 보고. 안 돼. 안 돼. 더 바빠져야 한다. 잡생각이 들지 않게 날 몰아붙이자. 집에 오면 뻗어버릴 정도로 자신을 채찍질하자. 이 땅굴에는 아무것도 없다. 깊게 팔 수록 나오기 힘들 뿐이다. 내일부터 중요한 일이 있지 않은가. 그것만 생각하자. 제발…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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