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시간이 단순히 과거·현재·미래로 직선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웜홀을 통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개념이 나옵니다. 주인공이 과거의 시간이 겹쳐지는 공간에서 과거의 자신과 딸에게 지구 멸망을 막을 힌트를 전하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또한,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우주에서 수십 년 동안 자신에게 보내졌던 자녀들의 메시지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던 주인공이, 결국 미래의 우주 정거장에서 노인이 된 딸과 재회하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저는 유튜브에서 선생님의 공연과 연주 영상을 보다가 이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시간은 단순히 순차적으로 흐르지 않고, 여러 겹으로 겹쳐 흘러가는 듯합니다.
20대의 선생님은 호리호리한 체격에 목소리는 종이가 살을 베듯이 쨍하고, 노래할 때 표정이 없는 긴장된 청년의 모습입니다. 50대의 선생님은 머플러를 머리에 두르고 가죽바지를 입은 모습으로, 밴드와 연주하며 수십 년의 무대 내공과 인생 역정을 노래로 분출합니다. 아마 이때가 밴드로서 역량이 최고조였을 것이라 생각하며 저는 바라봅니다. 그리고 70세의 선생님은 뜬금없이 다시 찾아온 봄날을 격앙되지 않게, 그러나 여유롭게 즐기는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이렇게 음악 속에서 시간이 겹쳐지고, 그 겹침 속에서 저는 여러 시대의 선생님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저는 미래의 제가 40년 전의 나, 20년 전의 나와 같은 과거의 어느 시점 속의 나를 바라보는 상상도 해봅니다. 어리고 실수 많던 나, 세상이 내 것이라 믿던 나, 그리고 인생의 끝자락에서 지난날을 반추하는 나까지…모두 나 자신임을 떠올리며, 그 모든 나를 관통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곰곰이 고민합니다.
선생님의 평생을 관통하는 것은 분명 음악일 것입니다. 반면, 저처럼 평범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에게도 그것은 있을까요? 아직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 시점에서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혹시, 벌써 알고 있지만, 애써 모른 척 외면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오늘 저녁,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