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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생님께(3)-모두가 자신을 홍보하는 시대에 대하여

by 생각만 하다가

약 10여년 전, 항공사 영업 업무를 맡고 있을 때 관광청으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았습니다. 기존의 신문이나 TV가 아니라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신규 노선을 홍보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분석에 따르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채널을 통한 인플루언서들의 판매력이 전통 매체보다 훨씬 높다는 평가가 있었기 때문이었죠.


신규 노선 취항을 앞두고 파급력 있는 홍보 수단을 찾고 있었지만, 보수적인 회사 분위기 속에서 ○○일보나 ○○방송사 대신 인플루언서를 활용한다는 것은 매우 실험적인 시도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완책으로 ○○ 신문사와 ○○○ 인플루언서를 함께 묶어 홍보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주변의 의심 어린 우려와는 달리 그 해 전세기 20편을 모두 완판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깨달은 것은 세상이 더 이상 소수의 주력 매체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누구나 개인 매체를 운영합니다. 활용하기에 따라 순식간에 스타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요. 음반을 직접 출시하고 음악 다방을 찾아다니며 홍보하셨던 선생님께서는 이 변화의 흐름을 누구보다 생생하게 체감하실 것 같습니다. 요즘은 한 아이돌 그룹의 동명곡과 선생님의 곡을 리믹스한 영상이 온라인에서 ‘밈’으로 회자되며 다시 주목을 받고 계시니까요. 하지만 저는 단순히 ‘동명의 곡’ 덕분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대를 넘어 어필할 수 있는 음악성과,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온 연주 활동으로 대중이 다시 찾았을 때 늘 그 자리에 계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오래 붙드는 힘은 일시적인 화제성이 아니라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온 진정성임을 선생님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물론, 진정성만으로 대중의 열광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겠죠. 그 바탕 위에 아티스트의 예술성과 실력이 더해져야겠지요. 70의 나이에도 새 음반을 발표하는 "낡지 않는 모습"이야말로 세대를 아울러 대중이 지지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모두가 주목을 받기 위해—돈을 위해, 평판을 위해, 인기를 위해 혹은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해—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시대에도, 나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내가 세운 목표를 위해 긴 세월 꾸준히 나아가는 노력만이 결국 진정성과 실력을 드러내는 유일한 열쇠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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