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으로 이런 말하기엔 좀 그렇지만..." 으로 입을 열면 아내는 곧장 말한다.
"그럼 말하지마!"
딸아이가, "아빠 그거 알아?" 하고 물으면
나는 "아니, 몰라." 대답하면서 대화의 물꼬를 얼른 닫아 버린다.
그러면 딸아이는 아니 아빠 자꾸 그러기야, 하면서 토라진 척을 한다.
다들 척척 박사들이다. 사실, 아내도 내 얘기를 듣고 싶고, 나도 딸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근데, 그냥 그렇게 놀리고 싶어서 아닌 척 하고 또 딸아이는 알면서도 토라진 척을 한다. 가만있자, 아내는 진짜 내 말을 듣고 싶지 않을 수도.
내 입으로 이런 말하기엔 좀 그렇지만, 다음에 나올 얘기는 '나는 조지 클루니 스타일이야.'이다. 나는 영화 그래비티에 나온 조지 클루니를 좋아한다. 의연하게 산드라 블록과 공유하던 산소통에 연결된 호스를 끊고, 저 멀리 우주 어딘가로 사라져 가면서 희미하게 들리는 노랫 소리. 너무 클리셰가 한 바가지 담긴 장면이지만,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그 여유, 상대방을 살리려는 희생 정신 근데 그게 장렬하지 않고 위트있는 느낌, 그게 조지 클루니 얼굴하고 딱 맞아 떨어진다. 저 역할은 조지 클루니가 찰떡이다 느꼈던 장면.
종종 친구들에게 말하는데,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차은우 스타일과 조지 클루니 스타일. 말이 좋아 조지 클루니 스타일이지 이 말인 즉슨, 동안과 노안의 의미이다. 차은우는 그림을 그려 놓은 듯 잘생겼다. 근육까지 키워서 남성미까지 키웠으니 그야말로 배신이다. 하나만 하라고 하나만. 우리끼리는 그 정도 생겼으면 탈세 정도야 눈감아주자, 말까지 한다. (탈세는 명백한 범죄입니다.) 대신 괜한 자격지심에 그 얼굴로 나이들면 어색할지도 몰라, 라는 말을 덧붙인다. 늙은 차은우는 잘 상상이 안되잖아. 반대급부로 노안을 듣기 좋게 '조지 클루니' 스타일로 표현했다. 조지 클루니는 나이가 들수록 중후하고 그 매력이 배가 된다. 젊었을 때 사진과 현재의 사진을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금세 알 수 있다. 흰머리가, 주름이 그렇게 섹시할 수가 있다니.
나도 아침에 거울을 보면,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피부는 푸석하고 얼굴에는 잡티가 너무 많다. 다행인 건 노안으로 안경을 쓰지 않고 봐서인지, 이 정도면 스스로 봐줄만하다고 여긴다는 점이다. 이것도 20대 사진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0대때 이미 40대 얼굴을 하고 있으니. 스스로 '조지 클루니 저리 가라, 거울 속에 조지 클루니 있다', '그래 남자는 나이들면 중후한 맛이 있는 거야' 하면서 스스로 자화자찬한다는데 문제가 있다.
아니, 문제가 아니라 이 정도의 자화자찬은 자기효능감으로 비취질 수 있으니 장려할 만하다. 오늘 아침에도 거울 속에서 조지 클루니를 발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