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어깨 옆에서...

겨울, 꿈 : 11

by 헬리오스



너의 어깨 옆에서...

겨울, 꿈 : 11



저녁은 서두르지 않는다.

노을은 수평선에 길게 몸을 눕히고

도시는 그 위에

하루의 체온을 하나씩 켠다.


붉음은 아직 떠나지 않았고

밤은 이미 도착해 있다.

그 사이에서

빛들은 말을 잃은 별처럼

천천히 숨을 쉰다.


창문마다 고인 불빛은

누군가의 저녁이고

누군가의 고단함이며

누군가의 귀가다.


멀리 있는 것들은 더 선명하다.

닿을 수 없어서가 아니라

가까이 오지 않아서 오래 바라보게 된다.

이곳에 서 있으면 그 모든 삶이

잠시 풍경이 된다.


바람도 소리를 낮추고

시간도 걸음을 늦춘다.

도시는 움직이는데 마음은 가만히 머문다.

나는 그 사이에 서서

떠나지 않은 하루와

도착하지 못한 밤을 함께 바라본다.


노을이 천천히 식고

도시는 깊어지고

빛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아무 말 없이 계속 살아 있다.


노을과 도시 사이,

낮과 밤 사이,

나는 너의 어깨 옆에서

도시의 불빛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조용히 스며드는 하나의 빛이 되고 싶다.


누군가는 알아보지 못해도 좋고,

사진에 남지 않아도 좋다.

노을이 모두 사라진 뒤에도

나는

너의 온도 속에 남아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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