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길었던 하루의 끝에 찾아온 침묵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모든 것을 갈라내고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단순하면서도 무거운 힘이다.
분주했던 시간들의 소음이 물러간 뒤의 침묵은
강렬한 선율 사이의 쉼표처럼
모든 소리와 감정을 그 안에서 온전히 드러낸다.
격정 뒤에 남은 침묵은
뜨겁게 타오른 불길이 꺼진 후의 재처럼
뜨거운 숨결의 잔열이 여전히 살아있다.
지금 텅 빈 공기 속의 이 정적을,
이 무거운 공기를 견디며,
이렇게 우리는 침묵속을 견뎌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