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너는 대답 없이 나를 바라보기만 한다.
손을 내밀어 봐도 물끄러미 바라볼 뿐,
그 손을 잡을 생각도. 쳐낼 생각도 없어 보이는 너는
다만 사랑에 대해 모르겠다 말한다.
투명한 눈빛으로 날 스쳐
순진한 눈매가 휘어지도록 너는 웃지만,
문득 아주 옛날의 상처가 아파오면 두 눈을 가린다.
옛 일이다, 대답하는 너는 다시금 고개를 돌린다.
그저 지나친, 이제는 흐릿해져 기억조차 가물 하다 하지만
얼룩처럼 남은 흉터를 너는
끝끝내 쓰다듬다 들이킨 숨을 죽여가며 운다.
너는 두 눈을 가린 탓에
네 앞의 나를 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