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잠 못 드는 밤

20240424/수/비 내리다 갬

by 정썰
#골_때리는_그녀들 #FC원더우먼_Vs_FC구척장신

슬픈 노래는 듣고 싶지 않아~ 비는 그쳤어도 잠 못 드는 밤. FC원더우먼 선수들은 오늘 밤 쉽게 잠들지 못할 거다. 김희정, 키썸, 김가영, 김설희, 트루디, 소유미. 각자의 이유로 잠들지 못할 거다. 골 때리는 그녀들.


공 차고 싶다. 토요일마다 아침 일찍 과천까지 가서 공을 찬 시절도 있었다. 머리가 깨지기도 하고, 빠지직 인대가 끊어지기도 하면서 공을 차는 사람들. 코로나와 허리디스크 이슈로 공 찰 일이 없을 때 골때녀는 큰 위안이었다. 축못알들이 모여서 좌충우돌하던 초기 버전도 좋았고, 어느 정도 수준이 오른 최근 버전도 재밌다. 딱히 응원하는 팀 없이 매주 그날그날 맘이 가는 팀을 응원했다. 오늘은 원더우먼을 응원했다. FC구척장신 Vs. FC원더우먼.

주력인 김가영선수가 부상으로 아웃되고, 키썸 대신 골키퍼로 들어온 트루디는 반칙으로 퇴장당하고, 결국 역부족 3:0 패.

경험상? 경기가 있던 날엔 쉽게 잠을 못 이룬다. 플레이가 좋았던 날엔 아드레날린(맞나? 세로토닌인가?) 분비 과다로, 경기에 졌거나 실수를 한 날엔 이불 킥하느라.

날이 있다. 어떤 날은 공이 내 앞으로 척척 오고, 차면 들어가고, 패스도 죽여준다. 또 어떤 날엔 차는 족족 수비수에 걸리고, 골대를 맞고 튕긴다. 정확한 비율은 통계로 남지 않았지만 어림잡아 반반이 아니었나 싶다.

살다 보면 공을 집어넣어야 할 골대가 공보다 작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살아보니 느낌적인 느낌이 아니라 정말 그런 경우가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내게 벌어질 때가 있다. 결국 지고 나오면서 울고, 공을 걷어차고, 다시는 공차기 싫었던 날들.

원더우먼은 오늘 많이 울고, 자책하고 잠을 못 이룰 거다. 하지만 며칠 후 다시 푸른 잔디 위에서 소리소리 지르며 달리고 있을 거다. 그녀들은 축구를 좋아하니까.

삶은 축구와 닮은 점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골이 안 들어간다고, 경기에 계속 진다고 경기장을 나올 수 없다. 아직 후반전이 남았다. 그래서 즐겨야 한다. 오늘도 큰 보람이나 즐거움 없이 하루가 갔지만, 슈팅 기회 한 번 안 왔지만, 내일 또 신나게 달려 나갈 거다. 난 축구를 잘하진 못하지만, 공 차는 걸 좋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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