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목/맑음
10km 로드런을 주 3~4일씩 달리던 시절도 있었다. 그땐 그랬다. 오랜만에 무심천을 따라 달리고 어제 하루 운동은 쉬었다. 3/7. 주 3일 이상 운동 계획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오늘까지 쉬면 금, 토일 다해도 겨우 3/7. 8시쯤 운동복에 슬리퍼, 실내 러닝화를 들고 문을 나섰다. 지하 주차장을 통해 다시 1층으로 오르면 단지 내 체육관이다. 무선 이어폰으로 ‘김종배의 시선집중’을 들으며 주차장을 1/3쯤 지났을까. 내 오른쪽에서 2~30대 나이로 보이는 여성분이 내쪽을 향해 손을 흔들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온다. 모르는 얼굴이다. 왼쪽을 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다. 반가운 표정에 귀 한쪽을 열고 쳐다본다. 뭐지? 이 상황은?
‘차 좀 같이 밀어주세요’ (플러팅인가? 그럴 리가)
내가 좋아하는 차종이다. 묵직하다. 한 2~3미터 밀어내니 여성분 차가 보인다. 아내가 타는 차와 유사한 모델이다. 연신 고맙다며 서둘러 차에 오른다. 착한 어른이 스티커 한 장.
아침 출근길. 빠듯하게 챙겨 나왔는데 내 차 앞에 이중주차. 안 그래도 시간 없는데 밀어도 꿈쩍 안 한다. 사이드 브레이크가 걸린 듯. 운전석 대시보드 쪽 번호로 전화를 건다. 그나마 번호라도 없으면 일이 커진다. 각양각색이다. 허겁지겁 뛰어오며 미안함을 표하는가 하면, 내가 그 사람 기사인 듯 한껏 우아하게 여유를 부리며 나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차를 몰아 나가는 여자도 있었다.(지 나갈 준비 다하고 나온 거다) 그런 날은 덕분에 과속을 하게 되거나 약속에 늦거나 회사에 지각하는 날이 된다. 다급한 마음을 알 거 같다.
커다란 차는 밀어도 꿈쩍도 안 하고 시간은 흘러가고 그러다 비몽사몽 걸어가는 중년의 남자를 발견하고 냅다 손을 흔들며 뛴 거다. 거두절미하고 끌고 가고 싶었을 거다. 모르는 사이지만.
난 모르는 사이에 관해 엄격한 편이었다. 재수생 시절엔 원서접수하러 처음 간 대학교 근처에서 길을 물어보지 못해 헤매다 접수시간을 놓친 적이 있다.(다행히 다음날이 마감이라 다시 갔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초등학생 때 처음 혼자 탄 버스에서 내려야 할 정류장을 못 물어서 종점까지 다녀온 적도 있다.(바보는 아니었다) 그런 내가 요즘엔 지나가다 예쁜 아기가 보이면 손을 흔들거나 눈으로 하트를 쏜다. 에레베이터에서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곧잘 인사를 한다. 앞의 예는 아들이 질색하는 짓이고, 뒤의 예는 아들에게 교훈이 되어 따라 하게 만든다. 어찌 보면 우린 대부분 모르는 사이였다. 그리고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 내 소중한 표를 주기도 한다. 모르는 사이던 아는 사이던 도와주고 도움을 청하는 일에는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그러기엔 세상이 너무 무섭기도 하다.
‘그게 아가씨와 아줌마의 차이지’
아내는 혼자서도 차를 잘 민다고 했다. 그래도 가끔 모르는 사람이 아내를 도와주곤 한다. 세상이 더 안전하고 다정해졌으면, 나부터 오늘부터 노오력 할 일이다.
지각은 안 했나? 아는 사이가 된 것처럼 여성분의 이후 출근길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