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20240427/토/맑고, 바쁨

by 정썰
#도심 #아파트 #산책 #토요일 #오후


반려(伴侶) : 짝이 되는 동무.


오전부터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주중에 '이래도 되나' 할 정도로 방문객도 없었고, 매출도 없었다. 늘 씨앗을 심는 마음이지만, 초조해진 농부의 마음. 싹이 올랐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고, 이전에 없었던 매출에 밀려 늦은 점심을 먹고(올해 첫 랭면은 단골 분식집 칡냉면) 이것저것 정리하고 한숨 돌리던 차에 쇼윈도 너머 아파트 단지 앞 둑 위로 펼쳐지는 낭만적인 풍경.


냥이도 댕댕이도 집에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7마리 형제 중 혼자 눈을 못 떠 엄마가 우유로 매일 눈곱을 떼어줬던 고양이 '링고', 등굣길 날 따라 나왔다 길을 잃고 헤어져 일주일 만에 하굣길에서 다시 만나 찾아온 시고르자브종 '방울이'. 가까운 기억엔 처가를 지키던 '진돌이'와 '용맹이'.

진돌이는 처제네가 족보 있는 진돗개라며 데려온 녀석이고, 용맹이는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오일장으로 간 네 마리 형제들과 떨어져 집에 홀로 남은 아픈 손가락. 이별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늘 겁먹은 표정과 행동 때문에 내가 지어준 이름이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했나? 용맹이는 최근까지 시골집을 지키고 논두렁을 종횡무진하다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통제불능으로 주인도 따르지 않던 진돌이는 공원에서 저보다 작은 개를 물고, 목줄을 풀고 산속으로 도망 다니다 소방관 아저씨들의 마취총을 맞고 오래전 뒷산에 묻혔다. 둘의 견생이 사뭇 다르다. 편견을 뒤엎는 반전의 견생. 주인을 따라 산책길에 나선 댕댕이 세 마리를 보다 녀석들이 그리웠다. (일행이 맞겠지? 아니면 또 어떤가)

여건이 되면 반려견을 키우겠다는 건 오래된 생각이다. 커다란 골든 리트리버였으면 좋겠다.(아내와 일치되는 몇 안 되는 의견 중 하나) 유기견이면 더 좋겠다.


나른한 오후의 햇살에 깜빡 졸던 도로 옆 풍경은 경쾌한 댕댕이들의 발걸음에 깨어난다. 기지개로 쭉 뻗은 팔 끝에 짧은 봄날의 푸르름이 무르익는다. 댕댕이 덕에 안구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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