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 울렁

20240517/금/맑음

by 정썰
#永遠の青春へ #청춘 #사과 #안도_타다오 #뮤지엄_산

사과가 귀한 요즘. 귀한 사과 하나 더 만났다.

‘안도 타다오(Tadao Ando)’의 청춘사과.

사무엘 울만의 청춘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사과. 나이가 들어도 꿈을 갖고 청춘으로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열 시. 계획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원주로.

난 늘 그랬듯이 원주로 가는 것만 알고 출발한다. 내비게이션에 입력한 첫 목적지는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 도착 예정시간 12시. 3분 정도 일찍 주차장 도착.

입장료는 성인 각 9천 원씩인데, 동주할인으로 반값. ‘주’로 끝나는 도시와 일종의 자매결연, 청주시민도 할인해 준다니 반갑.

파란색 출렁다리를 건너고, 잔도(절벽에 구멍을 뚫어 받침대를 넣고 그 위에 나무판을 놓아 이어 만든 길)를 지나 노랑 울렁다리를 건너 내려오는 코스는 기대 이상이었다. 두 시간 정도 힐링하이킹 내내 반짝이는 햇빛과 시원한 바람은 덤이라 하기엔 벅찰 정도였다. 내려오는 길에 전국 5대 망고빙수(확인할 길은 없다)중 한 그릇으로 점심을 대하고(둘이 다 배 부르게 먹었다. 비싸서 그런 건 아닌 걸로) ‘뮤지엄 산’으로.


안도타다오가 설계. 조각정원, 워터가든, 스톤가든, 그리고 본관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볼 수 있었다. 본관은 네 개의 윙(wing) 구조물이 사각, 삼각, 원형의 공간들로 연결되어 대지와 하늘을, 사람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건축가의 철학이 담겨있다는데, 잘 모르겠고, 암튼 눈길 닿는 곳마다 포토존인 듯싶다.

‘우고 론디노네’. 스위스 사람으로 동시대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라는데 초면이다. 6인의 수도승이란 커다란 작품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니 멋져 보였다. 미술 문외한이라 작품이 주는 시각적 감동 보다 ‘BURN TO SHINE’이라는 개인전 타이틀이 가슴을 후려친다. 변화에 대한 욕망이라. 난 요즘 무엇을 욕망하고 있는가?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는가?

여기서도 두 시간 정도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 들어올 때 지나친 커다란 사과를 다시 만났다. ‘永遠の青春へ‘… ‘영원한 청춘에게’… 주신 거 들고 올 순 없어서 사진에 담는다.

빛나는 청춘으로 살기 위해 날 태워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청춘은 변화를 통한 욕망의 대상이 되었다.


추가 입장료 아까워서 건너뛴 명상관, 장 볼 때마다 눈으로만 들었다 내려놓은 사과봉지. 뾰족한 자존심이 터진 상처를 거대한 자본이 선사한 위안으로 덮는 모순의 순간.

이런저런 감정이 출렁거리고 울렁거린 하루.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출렁이고 울렁이니까 청춘이다. 오늘 하루 청춘으로 살았다. 내일도, 모레도 기대해~


p.s. 오늘하루 제일 잘 한 건 비싼 망고빙수 먹은 거.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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