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18/토/맑음
원래 계획은 이랬다.
중간에 아내를 도교육청 앞에 내려주고 10시까지 출근해야 하니, 6시쯤 일어나 무심천에서 달리기를 하고, 씻고, 대충 먹고, 책도 좀 읽고…
6시에 눈을 떴다. 감았다. 다시 떴다. 7시 15분.
휘청거리며 내 방으로 가서 '김종배의 시선집중'을 켠다. 어? 장윤미 변호사 목소리? 아, 토요일이지.
비몽사몽. 달리기는 무슨. 오늘은 백 년만의 야간 러닝이다.
얼마 전 iRUN에서 진행하고 있는 518 그란폰도 달리기 대회 출전 신청을 했다. 우편으로 배번, 메달, 기념품이 도착했다. 전액 기부된다는 접수비를 생각하면 푸짐한 선물이다.
메달을 아내에게 보여주니 뭔 마라톤이 메달 먼저 주냔다. 대회 기간이 정해져 있고, 전국 어디에서나 스스로 정해진 거리 5.18km를 달리고 홈페이지에 증명을 하면 된다.
비대면 마라톤은 팬데믹 이후로 활성화되었고, 달리기 앱의 발전이 기여한 바 크다. 그리고 그란폰도(granfondo)는 이탈리아어로 'long distance or great endurance'라는 뜻으로 자전거를 이용한 비경쟁 방식의 동호인 대회를 의미한다.
고객과의 상담이 길어져 20분 정도 늦게 퇴근. 점심에 안 쓴 법인카드로 귀갓길에 햄버거 콤보를 샀다. 집에 오자마자 옷 갈아입고, 바나나 하나 먹고, 물 한잔. 무심천으로.
밤에 나온 건 정말 오랜만이다. 낮엔 보이지 않았던 불빛이 길 양쪽으로 반짝 예쁘다. 반짝이는 불빛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가로등이 희미하게 비추고 있지만 어둡다. 어둠에서도 달려야 한다. 빛이 보이지 않는다면 뛰어서 어둠을 지나야 한다. 자유를 향해 뛰던 그 밤의 심장이 어둠을 물리쳤다.
5.18킬로미터 지점을 반환점으로, 한 시간 조금 넘어 출발한 다리밑으로 돌아왔다. 힘들다. 퇴근 후 공복 달리기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힘 들어서 좋았다. 추모의 방식으로 택한 달리기니 즐기기보다는 고통을 느끼고 견디는 느낌이 적합하다 싶었다. 돌아와 샤워 후 감튀에 새우버거, 그리고 논알코올 맥주 한 캔. 감사합니다.
그날, 광주
가슴 아픈 우리나라 저항의 역사.
다시 5월,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