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2/수/맑고 더움(여름이다)
아라비아반도 남동부에 위치. 북쪽으로 걸프해, 남쪽으로 인도양 인접. 1650년 포르투갈 세력 축출, 건국. 1891년 영국의 보호령이 된 이후 1951년 완전 독립. 1744년 수립된 알 부사이드(Al Busaid) 왕조의 술탄(Sultan)이 현재까지 다스리는 왕정 국가. 직선거리 7천 킬로미터. 오만이다.
유럽 북부, 스칸디나비아반도 서반부를 차지한 나라. 14세기 후반부터 덴마크의 영향 아래 있었고 1814년 이후부터 스웨덴의 지배를 받다가 1905년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 직선거리 7천9백 킬로미터. 노르웨이다.
익히 이름 정도만 알고 있던 두 나라를 유구읍에서 새삼 떠올린 건 생선구이집 벽에 적힌 원산지표시 때문이다.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이제 놀랍지 않다. 오만산 갈치는 낯설다.
비싼 걸 떠나 비린내 때문에 집에서 좀처럼 먹지 못하는 음식이다. 작은 읍내 식당이라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에 자리가 꽉 찬 게 묘한 도전심을 심어주었다.
어부나라에서 만난 두 나라. 세상 먼 아라비아해와 북해에서 유영하던 두 마리의 생선들.(갈치는 대충 3분의 1 마리 정도 되어 보이는 양이다.)
인연…이라는 단어는 좀 거시기하고, 악연이라고 하기에도 뭐 한 이 만남이란. 애틋한 감상도 잠시. 아침도 거른 위장을 그득하게 채우고 아직 절반도 피지 않은 수국정원을 한 바퀴 돌았다. 며칠 후 수국축제가 열린다는데 괜한 걱정이 된다. 수국의 개화도 벼락치기가 가능한 걸까? 꽃으로 가득 채우지 못한 아쉬움에 다음 행선지를 정한다. 하나는 요즘 난리라는 망고시루를 살 수 있는 대전 성심당. 또 하나는 세계문화유산 마곡사.
그곳에서 백범선생을 만났다. 치하포 사건으로 수감 도중 인천에서 탈옥해 전국을 돌며 도피 생활을 하던 중 이곳에서 하은당이라는 승려를 은사 삼아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으로 승려로 출가했다니 기억에 새로운 이력이다. 이후 수사망도 좁혀지고 승려 생활도 하은당에게 갈굼만 당하는 등 영 좋지 못하자 금강산으로 가서 더 큰 가르침을 받겠다는 핑계로 여섯 달만에 절을 떠난 뒤 부모의 설득을 이기지 못하고 환속, 농촌 계몽운동을 거쳐 독립운동에 투신하게 되었다고 한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 눈 내린 들판을 걸어갈 제),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 발걸음을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마라), 금일아행적(今日我行跡 :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백범당 벽 한쪽에 붙은 글귀는 군생활 내내 좌우명이라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다.
I once had a girl or should I say she once had me
She showed me her room
Isn't it good Norwegian wood?
돌아오는 길에 Beatles의 Norwegian Wood의 앞소절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대학 새내기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원제 : 노르웨이의 숲)을 소환한 거다. 소설 속에 나오는 비틀스의 노래가 궁금해서 비틀스의 테이프를 사서 들었던 기억. 세상은 이렇게 뜻하지 않은 연결고리로 나와 연결된다.
수국에서 유구로 유구에서 어부나라로 어부나라에서 오만과 노르웨이로…
‘오만과 편견’은 올해 안에, 성심당 망고시루는 다음 휴일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