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11/목/맑음
헌혈한 지 두 달이 지났다. 게다가 쉬는 날이니 피 뽑기 좋은 날이다. 아들과 늦은 점심을 먹고 헌혈의 집을 찾았다. 헌혈 전용앱인 레드커넥트에서는 내 헌혈 이력과 혈액형별 가용일수를 볼 수 있다. 처음이다. O형 피가 7일분 가까이 남은 건. 헌혈주기가 되면 헌혈 권고 문자가 오는데 그즈음 O형 가용일수는 3~4일 정도다. 6.8일이라니.
방학이라 대학생들 헌혈이 늘었나 싶었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헌혈실. 베드는 가득 차 있어다. 하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의정갈등으로 인한 여파로 수술이 줄고, 수술이 줄어드니 수혈 수요가 감소했다고. 간호사님께서 전혈은 보관기한이 짧다며 혈장을 권하신다. 혈장 헌혈은 2주에 한 번씩, 전혈보다 자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헌혈시간이 4~50분으로 서너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오늘까지 총 64회. 전혈 32회, 혈장 31회, 혈소판 1회. 개인적으로는 반반이지만 생각도 못한 이유로 오랜만에 혈장헌혈을 한다. 과연 수술환자가 줄었을까? 아닐 거다. 수술받아야 할 환자들이 수술을 못 받고 있는 게 현실일 거다. 슬픈 이유다.
아들과 나란히 누워서 헌혈을 했다. 오랜만에 이온음료와 초코과자를 먹고 마신다. 아들은 기부권을 선택했고, 난 영화관람권을 받아서 아들에게 주었다. 혈장헌혈에 추가적으로 주신 귀엽고 아담한 휴대용 선풍기를 하나씩 받아서 돌아왔다. 헌혈은 늘 뿌듯함과 기쁨을 주는데 오늘은 마음에 옅은 그늘이 진다.
저녁 무렵 그늘이 짙어진다. 아내와 아들이 좋아하는 유튜버 관련 뉴스. 그 밝고 명랑함 뒤에 끔찍한 폭력과 착취가 있었다는 슬픈 얘기. 지난번 치른 자격증 1차 시험 합격자 명단에 내 수험번호가 없는 슬픈 현실.
출근 전날, 나를 둘러싼 저녁이 온통 슬픈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