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0/토/오전 비 후 갬
토요일.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아침에 천안에 간다. 지부회의라는 걸 하는데 AM 8시에 시작해서 한 시간 정도. 토요일 이맘때 천안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린다. 7시 출발. 외곽도로를 탄다. 도로 위는 한산하다. 본 도로로 올라서자마자 속도를 올려본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일찍 도착해도 딱히 유익이 없다. 5분 전 도착, 에티켓 준수 정도면 된다. 속도를 올려보는 건 뭐랄까, 그냥 오래간만에 만난 뻥 뚫린 도로를 달려보고 싶은 거다. 질주본능이라고나 할까? 100까지 살짝 올렸다 줄이면서 2차로로 넘어갈 계획이었다. 오랜만에 산책 나온 댕댕이처럼 오래된 내 작은 차는 잘도 달린다. 차로를 바꾸려는 순간 조금 전까지 없었던 커다란 차가 룸미러를 꽉 채우며 달려들었다. 무례하다. 분명 제한속도는 80이고, 2차로는 텅 비었다. 급하면 피해 가면 될 상황이지만 계속 들이댄다. 속도를 서서히 80까지 줄였다. 그제야 피해 간다. 가끔 눈을 뒤집고 치켜떠 안광을 위쪽으로 발하는 녀석들도 있었으니 이 정도면 양호하다고 해야 하나?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늘 두 종류의 생각이 반복적으로 든다. 첫째, 작은 차라고 무시한다는 생각이다. 작고 오래되었어도 명색이 외제차인데 무시당한다. 뒤에서 이런 식으로 위협하는 대부분은 해외파 거나 덩치가 커다란 놈들이다. 개인적인 자격지심일 수도 있겠지만 차나 사람이나 하는 짓이 똑같다. 둘째, 제한속도라는 제도가 날 당당하게 해 준다는 거다. 체한 최고속도로 달릴 때 난 굳이 무례한 녀석들에게 길을 내주고 싶지도 않고, 내주지 않아도 합법의 범주에 있다. 속도를 올릴 필요도 없다. 먹이려는 게 아니다. 자신의 불법으로 그럴 의사가 없는 타인에게 불법을 조장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세상에 대한 소심한 방향이다.
사실 오늘 일기의 제목은 ‘부화뇌동’이었다. 쓰다 보니 감정이 방향을 틀었다. ‘무례‘로 시작한 감정선이 ‘무뢰한‘으로 흘렀다.
무뢰한(無賴漢). 성품이 막되어 예의와 염치를 모르며, 일정한 소속이나 직업이 없이 불량한 짓을 하며 돌아다니는 사람. 너무 번졌다.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최소한의 지킬 것들을 지키면서 나보다 약한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무례한 무뢰한들에게는 당당히 맞서는 삶을 살아가야지.
비장해졌다. 시절 탓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