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3/화/비
주중에 퇴근을 하고 주차장에 들어서면 저녁 8시 20~30분 정도다. 이 시간 좋은 자리는 다 차고 없다. 좋은 자리란 물론 집으로 통하는 현관과 가까운 자리다. 현관 쪽은 대부분 장애인 우선 주차구역이고, 여기에 여성전용이 더해지고(물론 비어 있으면 세운다. 아내가 내 차를 운전하기도 하니까, 안다. 비겁한 변명인 거, 그래서 주차 후 내릴 땐 주변 눈치를 살핀 후 아무도 없을 때 후딱 내린다.) 최근엔 벽면 두 칸을 전기차가 차지했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아무 말, 아무 노래) 저 안쪽까지 하염없이 들어간다. 대부분 경차 구역에 세우게 된다. 차가 작아서 배려심 넘치는 경차 옆에 주차가 가능하다. 그것도 안될 땐 지하 주차장을 벗어나 상가동 빈자리에 세운다. 세울 곳이 있다는 것 만으로 감사하다.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단지를 두 세 바퀴 돌다 결국 멀리 떨어진 도로변에 세우고 돌아오는 내내 씩씩거린 추억도 있으니.
이게 웬일인가? 한 달에 한두 번 있는 럭키데이! 현관 앞쪽에 멀쩡한 한 칸이 비워져 있다. 발걸음이 가볍다. 이게 뭐라고.
아내는 저녁 약속이 있어 소바라면 두 개를 끓이고 만두 한 봉을 에어프라이어에 달군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니 아들 생각이 났다. 오늘은 입시미술학원 보조강사 알바하는 날이다. 밤 열 시에 일을 마친다. 내가 태우러 가야 한다. 태우러 가야. 눈물을 머금고 차를 뺀다. 어쩐지 운이 좋다 했다. 꿀주차라니. 차는 두고 가고 싶다. 격렬하게.
참 미련하다. 어차피 내일 아침이면 또 차를 빼야 하고, 주차장도 내 것이 아니다. 오늘의 꿀주차도 누군가 그 시간에 잠깐 드라이브 나간 덕이다. 내가 차지하고 있는 게 반드시 내 것일 수 없다. 운이 좋아 잠시 차지한 것일 뿐. 삶도 그렇다 싶다. 잠시 빌려 쓰고 가는 인생이다. 좋은 자릴 차지하지 못했다고, 그 자릴 차지한 사람을 질투한다. 때론 간발의 차로 내가 노린 자리에 들어서는 차를 보며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반성합니다.)
아들과 함께 돌아오는 길. 주차장에 들어서 집 앞을 지나며 주차구역을 흘깃거린다. 미련이 많은 편이다. 점점 더 멀어져 간다. 한참을 가서야 빈 경차 구역 하나를 발견하곤 기뻐한다. 그래 이게 어디냐. 이 정도면 꿀주차다. 아 꿀 같은 인생. 꿀맛 나는 인생. 달달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