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 rpm

by 정썰
#7000RPM

7000 rpm… 나는 누구인가?


영화 ‘포드 V 페라리’를 봤다. 쉬는 날. 거실 소파에 걸터앉아 올림픽 경기를 둘러보려는 마음으로 리모컨을 만지작 거리다 영화채널을 지나쳤다. 두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관람으로 이어진다. 인지도와 진행정도. 통과. 관람모드로 전환. 아는(들어 본) 영화고, 막 시작했다. 얼마 전 평론가가 추천한 기억도 한몫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레이싱 영화라 몰입에 도움이 되었다. 다만, 르망 24의 경기운영방식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뭐 대회에 출전할 일도 아니라 미련은 없다.


RPM(revolution per minute).회전하면서 일을 하는 장치가 1분 동안 몇 번의 회전을 하는지 나타내는 단위.

1분에 자동차 바퀴가 7천 번을 돈다는 의미. 이게 가능하구나.


캔 마일스(크리스천 베일)의 독백이 하루종일 귓가에 맴돈다. 만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의 내레이션. 레이서가 액셀을 밟고 압력을 높여간다. 바퀴가 빠르게 돌기 시작하고 속도가 올라가면서 자동차 몸통은 찢겨 뒤로 사라진다. 운전석과 레이서 그리고 핸들만 남았다. 운전석도 뒤쪽으로 빨려들고 곧이어 핸들도 산산이 부서지면서 날아가 버리고, 운전자만 남아 엄청난 속도를 견디고 있다. 헬멧과 레이싱복도 찢겨 날리고 결국 몸뚱이마저… 결국 온전한 정신만 남았다. 나는 누구인가?


가끔 궁금했다. 요즘엔 자주 궁금하다. 어쩌면 매일 궁금하다. 나는 누굴까? 칠천 알피엠을 경험할 일이 없으니, 반대쪽을 택한다.

요즘 가방에 넣어 다니는 책. ‘산티아고 가는 길, 느긋하게 걸어라’.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으니 느긋하게 걷는 쪽으로. 너무 느긋하게 읽어서 아직 3분의 1 정도 지나고 있다. 산티아고를 걸었으면 벌써 목적지에 도착했을 기간이다. 쉬는 날 책 대신 영화를 보고, 점심에 가족 외식도 하고, 낮잠도 자고, 운동도 하고, 나름 열심히 돌았다.


p.s. 생각해 보니 청문회장 증인석의 모 장군의 눈동자가 7천 RPM의 속도로 돌았던 거 같다. 수사 결과는 몇 알피엠으로 돌고 있는지. 너무 느긋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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