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0/화/폭염
3명이다. 세 명이나. 생일이다. 말로만 때우기엔 미안한 세 이름.
월급날이지만 기분 좋게 투척할 분위기는 아니다.
몸값은 급격하게 떨어졌는데 카드값은 떨어지지 않는다. 카드값 제하고 쥐꼬리 만한 후원금과 통신비 정도 남겨도 이번달도 아내에게 보내야 할 마지노선이 뚫렸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대학동기가 둘. 둘 다 서로의 아내들을 잘 알고 지내온 과 동기에 하나는 조정부 크루, 또 하나는 R.O.T.C. 동기. 나머지 하나는 군 석사위탁교육 동기이자 후배 장교. 이중 둘은 내 긴 잠수 동안에도 안부를 물어오던 고마움이, 나머지 하나는 서울 생활할 때 이래저래 도움을 받았던 미안함이 남았다.
10월 25일 독도의 날 언택트 마라톤 접수를 포기하기로 한다. 1/3로 나누니 세 가지 선물 모두 넘 보잘것 없어진다. 후배는 아아 한 잔으로 한다. 한 친구에게는 부부가 한 입씩 먹으라고 컵 아이스크림. 아들 대학 진학을 축하하며 거금을 보내 준 친구에게는 커피 두 잔에 조각케이크 하나 추가. 참 쓰면서도 민망하다. 하지만 최선이다.
언젠가부터 말로 때우는 인사치레가 싫어졌다. 물질보다 마음이 덜하다는 건 아닌데 그냥 사탕 한 알이라도 더해진 말에 진심이 느껴진다. 사탕이 없으면 말도 꺼내지 않는 게 낫다는 기준을 세웠지만 대부분 말로, 글로 때우며 살아간다.
세 명 모두에게 고맙다는 답장이 왔다. 내년엔 좀 나은 선물을 보내주마. Happy Birthday to all of you who was born today. (나 스픽으로 공부하는 남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