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11/수/맑은 후 비
녹색창에 '911'을 때려 넣으니 '포르쉐 911 터보 카브리올레'가 가장 먼저 날 반긴다. 32,600만 원. 뭐 별로 안 비싸네. 911 테러가 떠올라서. 방송화면을 통해 본 충격적인 장면은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2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뉴스에서 사라질 만도. 내 기억에서도 곧 지워질까?
천안으로 출근. 두정. 마을 앞에 큰 우물이 있어 말우물 또는 두정(斗井)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 시간 정도 운전하면서 '호두', '호두과자'가 떠올랐고, 명물 보유 동네 '천안'과는 달리 변변히 내세울 거 없는 '청주',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이는 우리 동네와 내가 교차되면서 잠깐 씁쓸했다.
胡桃(호두, Walnut)
원래 이름은 알 수 없으나 우리나라에 들여온 후 그 과명을 몰라 이름 짓기를 胡地(원나라)에서 가져왔고 과실 모양이 복숭아(挑)와 같다 하여 "호"자와 "도"자를 따서 호도라 명하게 되었고 최근 한글 표기로 바꾸어 호두로 표기하게 되었다. 최초로 호두가 있었던 곳으로 알려진 곳은 페르시아(지금의 이란). 중국 사상 최초로 서역교통을 개척한 한나라의 여행가 장건이 중국에 전파하였고 고려말 역신이었던 유청신(호:영밀공)이 1320년 경에 우리나라에 들여와 지금의 천안 광덕산에 시재한 것이 우리나라 호두의 시초가 되었다.
'총명하기도 어렵고, 어수룩하기도 어렵다(聰明難 糊塗難),
총명한 사람이 어수룩해지기란 더욱 어렵다(由聰明而轉入糊塗更難),
한 가지를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서면 마음이 편안해진다(放一著 退一步 當下心),
이렇게 하면 의도하지 않아도 나중에 복이 올 것이다(安非圖後來福報也).'
糊塗(호도)
‘풀을 바른다.’는 뜻으로, 명확(明確)하게 결말(結末)을 내지 않고 일시적(一時的)으로 감추거나 흐지부지 덮어 버림을 비유적(比喩的)으로 이르는 말. 시에서는 짐짓 어수룩해 보이려 함을 의미.
아내가 보내온 장문의 메시지가 뒤통수를 '톡' 때린다. 졌다. 시작부터. 설거지가 문제였지만 설거지가 문제가 아니었다. 어수룩해 보이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찐으로 어수룩해지는 나.
두정(蠹政 : 백성을 해롭게 하는 정치)이 두정(頭頂 : 해부학에서 정점 또는 정상을 의미하는 말. 때때로 머리의 정점을 가리킴)까지 오른 시절에 두정(斗井)에서 보낸 겉으로 평화로운 하루.
기존의 집을 리모델링하는 거보다 부수고 새로 짓는 게 쉽다고 하는데. 'zero-base'에 대해 생각해 본 하루.
호두... 두정... 정시... 시마... 아니 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