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8/수/맑음. 추움.
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생겼다. 만들었다. 필사(筆寫).
연휴의 마지막 날. 훈련 후 정비일 처럼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낸다. 이제 하루라도 더 놀려고 새벽 비행기로 돌아와서 출근하는 여행을 못할 거 같다.
노고단 눈길 산행의 후유증인지, 장거리 운전의 후유증인지 몸상태가 메롱이다. 정비일을 두길 잘했다.
ebook 신간을 훑다가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필사 문장 30‘이라는 책을 만났다. 서문을 읽자마자 고이 모셔둔 만년필을 찾았다. 2년 전쯤 생일날 아들이 선물해 준 ‘Age Quid Agis’가 각인된 반짝이는 펜.
펜 욕심이 많은 편이었다. 예쁘거나 잘 써지는 펜을 많이도 샀었다. 태블릿을 주로 쓰게 되면서 처치 곤란이 되어 어디 박혀있는지도 감감하고 이사 때마다 팔까, 버릴까, 고민했지만 아들이 사준 만년필은 늘 예외여서 잉크병이 든 박스채 잘 보관해 두었다. 이제 쓸데가 생겼다. 이제 쓸 때가 되었다. 잡지꽂이에서 졸던 스프링 노트도 깨워 책상 위로.
저자처럼 하루 한 문장 필사를 계획한다. 쉽지 않을 도전이지만 필사적(必死的)으로 해보는 걸로.
age quod agis. 새해엔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