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6/월/맑음
난생처음 화엄사(華嚴寺). 웅장하다. 여행 때마다 유명한 고찰을 찾는다. 종교적 측면을 떠나 오래된 절에 가면 편안해짐을 느낀다. 속세를 살짝 벗어난 듯 한 자유. 규모나 구조면에서 역대급이다. 국보와 보물들이 즐비하고 익숙하지 않은 건물들의 조합이 신선하다.
연기암(緣起庵)은 계획에 없었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다 갈림길에서 만난 이정표를 보고 함 가볼까? 핸들을 돌렸다. 점심시간까지 킬링타임용. 굴곡이 심하고 좁은 길이지만 차로 오를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 게다가 마니차와 코끼리 부조로 이국적인 분위기에 바람이 연주하는 풍경의 노래는 내게 낭만을 선물했다.
사성암 (四聖庵). 원효대사, 도선국사, 진각국사, 의상대사 4명의 고승이 수도하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사성암. 높이 20m의 바위 사이에 박혀 있는 듯한 약사전의 독특함과 내려다 보이는 전망은 연기암의 그것보다 선명하다. 원효 대사가 손톱으로 암벽에 새겼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마애여래입상은 약사전(유리광전) 건물 내 유리벽 뒤에 있어서 하마터면 못 찾고 내려올 뻔했다. 3.9미터짜리 불상 그림이 안보일리 없건만 편견과 아집은 건물밖 바위들만 훑고 있었다. 암각불상도 불상이거늘.
구례를 돌며 이 밖에도 정말 많은 사찰과 암자 표지를 봤다. 그 어느 여행 때보다 많다. 민족의 영산, 지리산의 영향일까?
사이사이 윤스테이 촬영지로 유명한 쌍산재, 섬진강 대숲길, 저녁으로 먹은 다슬기무침과 수제비까지. 하루를 꽉 채웠다.
숙소에 들어 TV를 켜니 스포츠뉴스가 한창이다.
손흥민 1골 2도움. 아직 배가 고프다는 캡틴과 달리 1사2암. 배부른 여행.
p.s. 연기암에서 마니차도 돌리고, 한 가지 소원은 꼭 들어준다는 사성암 하산길에 로또를 중얼거렸다. 혹시 몰라서. I’m a f**king christian…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