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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피곤

20241219/목/맑음

by 정썰
#개피곤

명사 앞에 '개'가 접두사로 붙으면 열등한, 나쁜 의미인 경우가 많다. 접두사 뜻 자체가 '개'가 아닐 뿐 어원은 이어진다는 학설. 가장 흔한 가축의 이름이라서 일어난 의미 악화. 야생(개살구), 질 나쁜(개떡), 쓸데없는(개꿈), 심한(개망신)에서 심하게 안 좋은 것이 최근 심하게 좋은 것으로 전용되어 긍정적 용법의 접두사 '개'로 진화했다고 한다.

개 좋다(부사)나 개이득(관형사/형용사)처럼. 여기까지도 재미있다. 더 재미있는 건 영어와도 통한다는 거다. Dog tired. 지쳐 죽을 지경인, 파김치가 된, 기진맥진한.

한마디로 개 피곤.


아침에 눈을 뜬 이후로 하루종일 개 피곤하다. 추위에 약한 체질이 추워진 날씨를 만나 증폭된 거 같다.

그리기 도구를 바꿨다. 기존에 쓰던 앱에서 어제부터 연필 굵기 조절이 안된다. 구독 기간이 끝났다보다. 한 달에 천 원이면 과한 건 아닌데 그냥 괘씸해서 싫다. 구입 후 복잡해서 쓰지 않던 앱을 열었다. 아들과 함께 구입한 후 아들은 잘 쓰고 있는데 오히려 기능이 다양한 게 머리 아파 보여 쓰지 않았다. 새로운 건 때론 피곤을 동반한다. 어쩌면 오늘의 개 피곤에 이 그리기 어플도 한몫한 거 같다. 자고 싶다. 개처럼. 그래서 여기까지.


p.s. 개땡땡이라는 말을 쓰는 게 댕댕이들에게 미안하고 민망한 요즘. 어서 순리대로 정리되고 개 좋은 일만 생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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