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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싸! 호랑나비!

20241221/토/눈(청주 대설주의보)

by 정썰

한창 달리던 시절. 꾸준히 달리기 위해 개인적으로 뭐랄까… 프로젝트라고 하긴 좀 뭐 하고… 아 이 빌어먹을 어휘력. 암튼 이름하여 ‘비눈바달’. acronym인데(이건 오늘 배운 영단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달리자’.

.#호랑나비 #데칼코마니


대설주의보가 발령된 청주는 거의 종일 눈이 내렸다. 쉬었다 오고 쉬었다 내리고. 점심 나절 기온도 어제보다 1도 내렸다. 게다가 ‘미세미세’는 비하동 공기질이 나쁘단다. 살짝 고민이 온다. 나가지 말까? 아니다. 가자. 스멀스멀 올라오는 핑계가 발목쯤 찼을 때 떨치고 나갔다. K94 마스크도 야무지게 끼고.


추위는 참을만하다. 연화사 입구까지 눈도 거의 녹았다. 연화사 지나 중간중간 달린다. 숨이 차면 걷는다. 정상 부근 산스장까지는 무난했다. 산스장 벤치프레스에 앉으니 잠시 그쳤던 눈발이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 30번 들었다 놨다. 정확한 무게는 모른다. 그냥 그날그날 세팅된 대로. 오늘은 30번 정도 하니 가슴이 뻐근했다.

돌아 내리는 길은 눈이 녹지 않았다. 조심조심. 아싸! 호랑나비! 눈 녹은 길에 닿을 때까지 서너 번 휘청거렸다.


미끄러지는 느낌을 싫어한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간 스케이트장에서는 대부분 서 있다 왔고, 스키장에서는 죽음의 직선하강 후 무서움으로 번졌다.

식겁했다. 골로갈 뻔.


설중 설산 달리기로 두 가지를 얻었다. 꾸준함 그리고 내일 달리기 포기. 내일은 정말 위험할 거 같다. 진정한 지속을 위한 단절.

허! 호랑나비~ 까지. 12월 21일이네. 데칼코마니 데이…라고 이름 붙여본다.


p.s. 혹시나 하고 검색해 보니 데칼코마니 데이가 있었네. 20211202.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나니.(There is nothing new under the sun. / 구약 전도서 제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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