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6/뭘/흐림
이런 날이 있다. 오늘 같은 그런 날이 있다. 별로 한 일도 없는 거 같은데 몸이 천근만근. 사라진 줄 알았던, 극복한 줄 알았던 허리통증이 스멀거리며 고개를 드는. 지쳐 돌아온 저녁.
아내가 만들어준 오므라이스. 케첩을 듬뿍 얹어서 한 그릇 뚝딱. 기분이 좋아진다. 탱글거리는 햄조각과 부드럽게 찢긴 게맛살. 부드럽고 고소한, 얇은 달걀옷에 감싸서 케첩 살짝 묻혀 한 입, 한 입. 햄볶. 삼각형 쿠션을 앞에 대고 길게 엎드려 허리를 꺾고 다리는 소파 등받이에 댄 기괴한 포즈로 TV를 보는 줄 알았는데 졸았다. 최애 프로그램 최강야구의 시작부를 살짝 놓치고 아들의 귀가 기척에 눈을 뜬다. 왜 이리 피곤하지? 녀석이 술안주로 먹다 남겨 싸 온 오징어 버터구이로 잠을 깨운다. 오~ 이거 맛있다. 이런 날이 있다. 맛있는 한 끼에 기분이 전환되는 날. 이런 날이 온다. 아들이 던져 논 술안주를 얻어먹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