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5/금/흐리다 맑음/식목일
쉬는 날. 이틀째. 두 시간을 달려, 아들이 살고 있는 기숙사에 다녀왔다. 철 지난 이불도 바꿔줄 겸, 안산에 만개했다는 벚꽃 구경도 할 겸. 4월의 교정은 벚꽃 덕에 TPO를 잘 맞춘 멋쟁이로 변해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주린 배를 채우려 분홍빛 풍경을 뒤로하고 ‘안산 다문화 마을 특구’로 향했다. 검색의 여왕이 정해둔 인도네시아식당. 평일 늦은 점심이라 손님은 우리 가족밖에 없다.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쥔장님과 현지식 인테리어는 나시고랭, 미고랭과 어울려 잠시 해외여행의 느낌을 선물해 주었다. 점심을 먹고 이색적인 시장 풍경도 즐기고 실한 바나나 한 다발도 저렴하게 샀다. 맑게 게인 하늘, 봄날의 햇살, 따듯한 공기, 그리고 또다시 벚꽃. ‘벚꽃 맛집’이라는 화랑유원지에 들렀다. 호수를 둘러싼 산책로를 따라 돌며 마냥 부푼 배를 조금 꺼치는 동안에도 시야엔 온통 벚꽃이다. 예쁘다. 이맘 때면 얼굴책에 꽃을 찍어 올리며, ‘넌 이름이 뭐니?’류의 드립을 치는 친구 녀석을 나무랄 일이 아니다. 봄꽃, 댕댕이 원 없이 보고 배도 부른, 행복한 하루.
벚꽃을 보며 든 생각. 발광체와 반사체. 꽃을 비롯한 대부분의 생명체와 사물들은 빛이 없으면 어둠에 묻힐 반사체. 그런데 하루종일 바라본 벚꽃은 마치 발광체일 수도 있겠다는 착각. ‘빛이 나는 솔로’처럼. 사람도 발광체, 반사체로 구분하더라. 난 어느 쪽일까? 빛을 잃은 지금. 반사할 이렇다 할 광원이 없었으니 알아서 빛을 발했어야 했는데(이름자에도 빛이 있는데…ㅠ). 그렇지 못한 신세 한탄. 잠깐 우울했다. 선거철에 접어들면서 또래의 한 정치인이 발광(發光)하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점점 더 발광(發狂)하는 그를 보며 또 한 번 자괴감에 빠진다. 그리곤 스스로 위로해 본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고, 벚꽃도 곧 질 텐데, 또 빛이 나면 얼마나 나겠냐고. 위로가 안될 뻔했다. 봄 햇살마저 없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