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십 2

#turning #순서 #낯섦 #인내 #내려놓기

by 정썰

인턴을 파자(破字)해본다. ‘in + tern’, ‘人+tern’ 그리고 ‘忍+tern’.

첫 번째 ‘in+tern’은 의미 그대로다. 어떤 시기에서 던 그 이전으로 돌아가는 경우다. 실직 후 재취업이나 창직, 이직, 또는 좌천의 경우가 될 수도 있다.

두 번째 ‘人+tern’은 人(生)을 되돌리는 일이다. 자의던 타의던 삶의 한 시기에서 그 이전의 시기로 되돌리는 일. 대부분 급변한 외부요인으로 인해 타의에 의한 반추의 성격을 띨 것이다.

세 번째 ‘忍+tern’은 그 되돌아감을 참는 일이다. 본능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람은 의미 없는 반복을 낭비라고 여긴다. 일정의 경우만 보더라도 시간과 공간의 흐름이 어긋나서 하루에도 같은 길을 반복적으로 지날 때가 종종 있다. 이 경우 우리는 동선이 꼬였거나, 엉켰다고 표현한다.

앞서 늘어놓은 자의적으로 해석한 인턴의 시기에 필요한 덕목(?)을 인턴십으로 정의하고 정리해볼까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삶의 궤적에서 ‘tern’을 경험했다. 물론 고등학교 3학년을 다시 수학한 건 아니지만, 재수학원에서 고3의 1년을, 아니 어쩌면 고교 3년을 압축해서 되풀이 한 경험이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현상과 인식의 부조화였다. 이런 부조화를 다시 느낀 건 오랜 군생활을 마치고 영업사원이 되었을 때였다. 10여 년 간 땀 흘려 얻은 계급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무한히 열린 가능성의 세계에서 난 또 상대적 ‘tern’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후 또 다른 차원으로 다가온 세 번째 ‘tern’.


‘in tern’의 시기를 지나면서 ‘人tern’과 ‘忍tern’이 동시에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어떤 게 먼저랄 것도 없이. 재수생 때의 반추는 정해진 시간과 개선의 희망이 주는 견딤의 힘이 있었다. 두 번째 ‘in tern’ 시기엔 개선의 희망은 있었지만, 정해진 시간이 없었고, 세 번째엔 둘 다 자신이 없었다. 결론적으로 인턴십의 제1조 건은 ‘명확한 현실 인식(인정)’이다. 재수생은 재수생의 길을 걸어야 하고, 영업사원은 영업조직이 원하는 방식에 순응하며 성과를 내야 한다.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하게 되더라도 이전의 생활과는 단절시키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가 아니라 삶이라는 게 이럴 수도 있다는 걸 빨리 인정할수록 참아야 하는 고통도 짧아진다.

둘째, ‘현실에서 의미 찾기’이다. 그동안 날 지탱해 주던 살아갈 이유의 전부가 직업적인 부분일 수는 없다. 그냥 일에 매몰되어 거기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살아왔기 때문에 그렇게 몰아가는 게 편한, 또 다른 형태의 현실도피일 수도 있다. 물론, 재수생 시절 공부를 대학 입학이 아닌 학문적 탐구나 열의로 포장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직업적 연속선에서 끊어져 나와 다시 삶의 선을 이어갈 때, 현실적인 직위나 급여 등에 의미를 두게 되면 쉽사리 동력을 잃게 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아닌 견딤의 굴레에 빠져들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때 자연스럽게 ‘人tern’의 고민이 따라온다.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 이건 어쩌면 개선의 여지가 없는 현실의 도피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동안 잊고 살아온 본원적인 문제를 돌아볼 좋은 기회다. 셋째 요소인 ‘궁극적인 삶의 의미 되찾기’의 시작이다.


삶의 tern은 대부분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고 찾아온다. 그리고 찾아온 후에도 확신하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심리적 여지를 남긴다. 가능하면 빨리 받아들여 명확하게 현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현실에서 다시 살아갈 의미를 찾고, 궁극적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자. 늦은 건 없다. 어쩌면 남들보다 빨리 찾아온 행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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