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화/비 내리고 흐리다 갬/세월호 희생자 10주기
10년 전 오늘, 여러분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아나운서의 물음. 또렷한 기억.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친구를 만나러 익산에 간 날. 서둘러 집을 나서려던 순간. 거실 TV는 속보를 발하고 있었다. 배가 침몰했다고.
'이를 어째~' 아내와 거의 동시에 한탄을 내뱉고 차를 몰고 달렸다. 가는 도중에 뉴스를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친구와 점심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모두 무사히 구조되었다는 뉴스를 보며 안도했다.
그리고 10년이 흘렀다.
개인적으로 지금만큼 부끄럼이 많던 시절이었다. 호기롭게 시작한 영업직이었지만 매일 주저앉고, 직업의식이나 사명감 보다 월 마감의 압박이 커가던 때였다. 어른스럽지 못한 것도 같았고, 그냥 나 자체가 못난 것도 같았다. 내 밥숟가락 챙기기에 급급했던 무관심과 회피의 날들. 부끄럽고, 부끄럽고, 미안하고, 미안했다.
10년 동안 난,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았나?
2014년 이후 매년 난 가죽팔찌를 차고 있었고, 가방에 노랑 리본 핀을 달고 있었고, 차 뒷 유리창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고, 지방 다녀오는 길에 충동적으로 신목포항에 들러 멍 때리고 있었고, 그림을 한 장씩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했고,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고 한다.
05:30. 청주공항 대합실엔 몇 무리 남학생들이 가득했다. ‘수학여행 가는 애들인가 봐. 일보 가나? 아, 제주도 가나보다’ 아들의 말에 다시 그날로 돌아왔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그냥 그래야 하는 것처럼 잘 젖어들었다. 오늘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몇 년 전 그림 그림을 우연히 찾아냈다. 내년 오늘. 세상은 어떤 변명을 또 하고 있을까? 난 어떤 어른이 되어 있을까? 오늘과는 달랐으면 좋겠다. 한 뼘이라도 더 좋은 어른이 되어 있으면 좋겠다. 공항에서 스쳐지나 간 친구들이 즐거운 추억을 남기도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