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20240417/수/맑음

by 정썰
#시차 #우원재 #살바도르_달리 #기억의_지속


밤새 모니터에 튀긴 침이 / 마르기도 전에 강의실로 / 아 참, 교수님이 문신 땜에 긴 팔 입고 오래

한 때 아들 녀석의 입에서 자주 흘러나오던 노래. 하도 들어서 나도 가수와 첫 소절은 알고 있다. 다만, 제목이 ‘시차’ 인건 오늘 알았다.


대만 여행을 우려먹다 못해 시차이슈까지 들먹일 줄이야. 한 시간 차. 적응이 필요한 시차가 아닌데 시차를 느껴버렸다.

무언가를 매일 연재한다는 건, 어쩜 무모한 도전이다. 하지만, 잘 갖춰진 시스템에 일기라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146일째 앱을 통한 영어회화를 지속하고 있다.(한 번의 핸디켑? 적용이 있었지만) 자유로운 주제와 길이의 글이라 꾸역꾸역 해낼 수 있을 거 같았다. 어제 밤늦게 쓴 일기를 업로드하려는데 업로드가 완료되었다는 경고, 아니 안내 문구가 뜬다. 이게 무슨 소리냐며 업로드를 하고 오늘 차근차근 날짜를 따져보니, 여행 1일 차 업로드가 누락되었다. 하루씩 밀려 올린 거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와 씻고, 정리하고 하루가 넘어가기 전에 일기를 써서 올렸다. 밤 11시에서 12시 사이. 대만의 밤 11시는 한국의 다음날이었으니.

포털에 시차를 검색하다 아들의 애창곡을 오랜만에 만나고, 만난 김에 가사를 쭈욱 읽어본다.


난 시작도 전에 눈을 감았지 / 날 한심하게 볼 게 뻔하니 이게 더 편해 / 내 새벽은 원래 일몰이 지나고 / 하늘이 까매진 후에야 해가 뜨네

내가 처량하다고 다 그래 / "야 야, 난 쟤들이 돈 주고 가는 파리의 시간을 사는 중"이라 전해 / 난 이게 궁금해 / 시계는 둥근데 날카로운 초침이 / 내 시간들을 아프게

모두가 바쁘게 / 뭐를 하든 경쟁하라 배웠으니 / 우린 우리의 시차로 도망칠 수밖에 / 이미 저 문밖엔 모두 그래 / '야, 일찍 일어나야 성공해, 안 그래?' / 맞는 말이지 다

근데 니들이 꿈을 꾸던 그 시간에 / 나도 꿈을 꿨지 / 두 눈 똑바로 뜬 채로… (중략)…. 아침은 까맣고, 우리의 밤은 하얘 / 난 계속 칠하고 있고 똑같은 기찰 타네… (후략)

- 시차 (We Are) (Feat. 로꼬 & GRAY) / 노래 우원재(2017.09.04)


파리의 시간을 살고 있다는 래퍼의 힙함에 감탄한다. 표준화된 시간 속, 혹은 남들의 시간 속에서 허덕이던 삶. 시니어 인턴까진 아니지만 늙은 인턴으로 살아가는 요즘.

남보다 10년 더 젊게, 10년 더 건강하게, 10년 더 살자는 구구절절함을 7년 전, 어린 래퍼가 ‘시차’라는 개념으로 깔끔하게 정리해 주고 있다. 의연하게 나만의 시간을 살아가야지. 시차적응 따위 필요 없다고. 가끔 날카로운 초침에 따끔거리지만, 곧 무뎌지겠지.


매일 해야 하는 게 세 개다. 영어회화 학습하기, 일기 쓰기, 만 보 걷기. 3천 보 남았다. 22:54 업로드하고 단지 몇 바퀴 돌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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