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금/맑음/제64주년 4·19 혁명 기념일
1993년 4월 18일. 수유동 4·19 학생혁명기념탑을 반환점으로 돌아 학교 정문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걷고 있었다. 오늘만큼 더웠다. 난 조정부 신입 운동부원(동아리임을 거부했었다). 별다른 생각 없이 무거운 유니폼과 발목이 높은 농구화를 신고 달렸다. 맨발에 도복을 입고 줄 맞춰 달리는 검도부도 있었으니, 자존심을 걸고 기념탑까지 선두 그룹에서 반환점을 돌았다. 돌았다. 머리가 핑핑. 해마다 4월 19일이면 그날의 무겁던 다리와 어지럼증이 생생하다.
2024년 4월 19일. 늘 그랬던 것처럼 12시 땡 하자마자 부모산을 올랐다. 25분 만에 산속 체육공원을 반환점으로 돌아 내려오는 길에 연화사 탑에 시선을 빼앗겼다. 냥이가 찍은 오수(午睡)의 한 점이 경내로 번져 매일 보던 무채색의 풍경을 선명하게 물들였다. 커다란 탑은 한낮의 열기를 가려 자장자장, 부처의 자장가.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큰 평화를 드리우고 있었다.
탑은 정의, 분노, 투쟁, 혁명이다. 탑은 신앙, 자비, 고요, 평화다.
탑이 되자.
금자탑(金子塔) : 모양이 금자(金字)와 비슷한 이집트의 피라미드(pyramid). (영원히 전해질 만한 가치 있는 불멸의 위대한 업적)
상아탑(象牙塔) : 상아로 이루어진 탑.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 속세를 떠나 조용히 예술을 사랑하는 태도나 현실도피적인 학구 태도)
돈탑 : 돼지고기 무한리필.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재급 탑은 과욕이고, 더운 낮 고양이 잠자리 그늘 정도 만들 수 있는 돌탑이라도 쌓아보자.
우선 하루하루 글탑을 쌓자. 오늘도 돌 하나 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