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1/일/흐림
휴무 여행 2일 차. 포항을 떠나 평산책방에 들렀다. 한적한 마을길을 따라 걷는 동안 고양이 두 마리를 만났고, 마을은 평화롭게 고요했다. 평산책방. 그 조용한 서가에서 개소리를 찾았다. 방문기념으로 기숙사에 있는 아들 몫을 포함해서 각자 책을 골랐다. 난 이북... 아차차(종북 좌빨이 될 뻔) e-book을 구독 중인 데다 책을 느리게 읽는 편이라 책을 잘 안 사는데... 하다 눈에 하나 걸려들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가 맘에 들었고, 제목에 완전 끌렸다.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라고 시작한 저자는 개소리의 개념 구조를 개략적으로 규명하는 것을 이 연구의 목적이라고 했다. 그리고 69페이지 동안 열변을 토해내다 결국 '진정성 그 자체가 개소리'라고 끝을 맺는다.
개소리가 넘쳐나는 오늘을 살고 있다. 특히 정치인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책 초판이 2016년에 나왔다니 어쩌면 그동안 내 관심사가 개소리가 많은 분야로 이동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개소리라는 평가가 내 편견이나 무지의 소산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은 듯해서, 한동안 들고 다니며 여러 번 읽을 작정이다.
책 뒷부분에 실린 '옮긴이의 말'과 '해제'도 본문 못지않게 재미있다.
'내가 여기에서 한 이야기들 중에서는 어디까지가 개소리이고 어디까지가 개소리가 아닐까?' 철학교수의 맺음글도 취저다. 말이 넘쳐나는 시대다. 말을 줄일수록 개소리일 확률도 낮아지겠지?
p.s. 학창 시절 국어시간에.. 아니 국어시간 이었나? 가람 이병기 선생님 말년에 ‘오늘 통변 했다’는 일기를 쓰셨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그만큼 일기는 내용과 형식에 제한 없이 쉽게 쓸 수 있는 글이라는 설명. 그런데 쓸거리가 없다. 3월에 썼던 일기 한 편을 다시 올려본다. 피곤한 하루. 쓸거리가 없이 살아서 더 피곤한가? 개콘 끝나면 이 책 다시 읽다 자야겠다. 드디어 쉬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