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째 흔들렸던 때를 기억한다. 애써 떠나왔지만 요즘 다시 그 느낌을 만나곤 한다. 차갑고 어둡고 외롭고 눈치 보이고 떨리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때. 한 번도 언어로 표현해본 적 없지만 이번에 한 번 이름 붙여보려 한다.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가.
내게 있어서 사랑은 한껏 달아올라 제어할 수 없이 사로잡혔다가 비로소 대상에서 벗어났을 때 가장 추악하게 변질되어버리고야 마는 찰나의 상태에 불과했다.
박상영 - 우럭 한점 우주의 맛 中
우정도 사랑의 일종이니 이 말이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인간관계가 좁다. 적은 사람들과 오래 관계를 지속하는 편이다. 이들과도 그러할 줄 알았다. 서로 좋아했기에 친구가 됐고 시간을 보냈고 잘해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선 서로를 할퀴고 이해하지 못하고 배려하지 못했다.
그런 껄끄러운 관계인데 지속적으로 만나야 할 일이 있었다. 최대한 멀리 떨어져 앉았지만 그들은 종종 내 앞을 얼쩡댔다. 그때 들었던 느낌이 바로 뿌리째 흔들리는 느낌이다. 가까웠고 중요했던 사람들이라 이런 느낌까지 든 것 같다. 그들은 내가 그렇게까지 스트레스받는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종종 가까이 다가왔고 그때마다 숨고 싶었다.
그때 있던 일들이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도 자신감도 앗아가 버렸다. 몇 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 사람을 만날 때면 앞에서 말한 느낌이 든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친한 사람을 만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이제는 이러한 느낌에서 벗어나고 싶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