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점이 좋다. 학점이라 하는지 평점이라는지 총점이라 하는지, 정확한 용어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학점이 좋다. 대학교 내내, 특히 전공과목에서 죽기 살기로 공부했다. 나는 여기서 물러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신세였다.
고등학교 시절, 일주일에 중국어를 8시간, 영어를 7시간 공부하는 학교에 다녔다. 영어를 좋아하고 잘해서 간 고등학교였다. 그곳에서 나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넘어지고 일어나고 또 넘어지고 일어나고, 넘어지고 넘어지고 넘어지고의 연속이었다. 넘어지다 못해 땅속까지 파고 들어간 것 같기도 했다.
좋아하던 영어도 싫어하게 됐다. 더 이상 내가 잘하는 게 아님을 깨달아서 일까? 내가 나아가려고 해봤자 이미 너무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그 분야는 유용성이 떨어진다고 느낀 걸까. 아무튼 포기했다. 마치 내 앞에 육중한 벽이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고 지푸라기 잡듯 잡은 것이 중국어였다. 사실 그곳에서 난 중국어도 잘하지 못했다. 이미 난다 긴다 하는 아이도 여러 명 있었고, 그렇지 않아도 꽤나 잘하는 아이가 많았다. 하지만 중국어는 영어처럼 포기하진 않았다. 여전히 앞에 말한 아이들에 비해선 못했지만 그래도 조금씩 공부를 하려고 했다. 그래서 수능 중국어에서 결국 1등급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대학의 학과를 선택하라고 했을 때, 보이는 것은 중국어 학과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때의 내 상황이 그랬는지라. 문과는 학과가 중요하지 않고 대학 이름이 중요하다는 선생님의 말도, 상경계열을 넣어보라는 부모님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 당시 나의 마지막 동아줄이었던 중국어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 역시 중국어를 하는 학과에 가게 됐다.
열심히 공부했다. 솔직히 고등학교 때 이미 다 조금씩 경험해본 공부들이었다. 특히 저학년 때. 그렇지만 수업 꼬박꼬박 들어가서 열심히 들었고, 시험공부도 꼼수 부리지 않고 범위 안에서 정직하게 다 했다.
저학년 때 나는 '지금은 가장 중요한 기본기를 쌓고 있는 거야'라는 생각으로 공부했다. 아무리 한 번 겪어본 공부라지만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범위가 너무 많은 것 같은 날도 있었고 하기 싫은 날도 있었다. 그럴 땐 '범위를 한 번 다 보는 것만 목표로 하자'라며 공부를 지속했다. 그렇게 대학 4년을 보냈다.
지금은 변화의 시기에 와있다. 중국어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할지 그렇지 않은 직업을 선택할지 말이다. 나는 되도록 중국어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다. 나의 치열했던 4년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기엔 중국어 실력이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느낀다. 그래서 중국어회화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마치 고등학교 때 남들에 비해 못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공부했던 나처럼. 이렇게 하다보면 그때의 나처럼 원하는 결과를 거머쥘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길 바란다.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