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다. 그냥.
가지지 못하더라도, 버리지 못해도, 비참해도,
그 순간들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더라도,
초조함에 일상이 반쪽짜리가 된 것 같더라도,
그런 내 모습을 견딜 수 없더라도,
흘려보내면 안 될 것만 같더라도,
아랑곳 않고 정박자로 흘러간다.
불만족된 순간들이 계속 지나간다.
붙잡고 늘어져 목 끝까지 쑤셔 넣어야 할 것 같지만, 흘러간다. 그냥.
지나가는 그림자만 보고 있다.
고개를 들면 그건 또 다른 세상이다.
한번, 두 번, 세 번. 눈을 깜박이는 동안 세상이 빛바래져 간다.
원한적 없다고 다그치는 스스로의 변명에 코웃음 친다.
부끄러움에 눈을 질끈 감는다. 보지 않았다 한다.
눈을 뜬다. 나는 흘려보낸 적 없다. 그래도 흘러간다. 그냥.
내가 없는 것 마냥 흘러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