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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Apr 01. 2021

과거를 뜯어먹고 사는 사람


 
갈색의 책상에 앉아 얼굴을 기대었다.

나무 냄새가 곧 잘 나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이 가공한 화학약품의 냄새라는 것을 깨닫고는 입으로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볼 한쪽에 축축한 습기가 느껴졌다 이내 사라졌다.
내가 어떠한 것을 원했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원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서였다.
그것들은 손톱 밑에 박힌 작은 가시처럼 외면하려 해도 날 자꾸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통증은 지속적으로 느껴졌고 난 계속 손톱을 입으로 쪽 빨거나 잘근잘근 씹으면서 통증을 잠시라도 멈추려 노력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빠져나와 사라질 가시이지만 내 손톱 아래 존재하는 동안은 온 세상이 쓰리다.
그런 것들에 익숙해져 간다는 것은 통증이 더디게 느껴진다는 것과는 꽤나 다른 일이다.
가끔 어떤 것들은 그냥 절대로 익숙해질 수가 없.




감정은 나의 온 세계를 차지하곤 하며 잘못하면 그것이 때로는 나의 온전한 모습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떠올리는 것 또한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닐 수 없다.
난 허리를 천천히 들어 고개를 축 늘어트린 채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허리를 피니 가슴께에서 느껴지는 텁텁함이 좀 더 묵직하게 느껴졌다.
나는 손가락 사이로 또 다른 한숨을 불어넣은 후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왜이선지 나에 대한 책망 비슷한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난 항상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재빨리 그것이 내 탓이 아녔음을 떠올려 냈다.
하지만 감정이 남기고 간 이 부스러기들을 처리하는 데에는 꽤나 시간이 걸릴 터였다.
외면한다면 돌이킬 수 없을 것만 같아 나는 자꾸만 딱딱한 갈색 책상으로 한숨을 불어넣었다.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왁자지껄 떠드며 내게 마취제를 넣은 듯 마음을 얼얼하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 뿐이며 잠시 동안 옅어질 뿐이다.




나는 그것들을 들여다 보기를 택했다.
내가 나에게서 긁어낼 수 있는 것들이 그것들 뿐이라서 인 것 도 같다.

그래서 과거를 뜯어먹고 사는 생명체가 된 것인가 싶다.
단지, 나는 글을 쓰며 고통을 물속에 흘려보냈을 때, 흘러간 글에서 그때의 고통을 어렴풋이 회고할 뿐이다. 그것도 멀찍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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