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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Nov 19. 2021

우울증

평생 빠져나올 수 없는 긴긴 터널 속에 갇힌 것 같았고 쉽게 숨이 막혀왔다.

어찌할 수 없는 분노에 치를 떨면 눈에 눈물이 고여 왔다. 교과서 위로 눈물이 떨어졌고, 쉬는 시간 분주히 떠들고 장난치는 아이들을 의식하며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려 고개를 숙였다. 턱을 괴고 샤프를 집어 들어 눈물이 마를 때까지 책에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적어갔다.

그렇지만 살고자 하는 내 본능과, 날 조롱이라도 하듯 온 감각을 훑고 스쳐 지나가던 희망은 내가 삶을 쥘 수도, 펼 수도 없게 만들었고 삶을 꼭 쥐고 있는 자들 사이에서 나를 더욱더 이방인으로 만들었다.

나는 분명하게 내가 이방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 또한 나를 이방인으로 생각했을지 잘 모르겠다. 아마 내 존재를 알아차리지조차 못했을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스스로 매일 깨닫곤 했다.

입을 닫고 고개를 숙이고 귀를 열고 그들을 눈으로 흘깃거리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삶을 살아가는 일이란 참 까다로운 것이라고 자주 생각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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