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여섯 시.
어둠이 내려앉고 설익은 감각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떨떠름한 시간.
이 시간의 좋은 점이라면, 왠지 모를 죄책감이나 자신이 패배자가 된 것 같은 감정 없이 우울해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곧 있으면 부드러운 어둠이 내려앉은 고요함 속에서, 처량한 모습으로 마음껏 슬퍼할 수 도, 망설임 없이 축축한 감정의 골 속으로 스며 들어갈 수 도 있다.
그러고 난 후엔, '잠'이라는 믿을 만한 도피처가 있기에, 이때는 얼마든지 감정에 휩쓸려도 좋다.
일단 눈을 감으면 그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새까맣게 사라져 버릴 테니깐 말이다.
나는 그렇게 시간 속을 기어이 파고들어 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겁도 없이 꺼내놓곤 한다.
부디 꿈속에서는 모두가 자유로울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