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바닥을 혓바닥 끝으로 쓸면
쌉쌀하고 무른 숨이 묻어져 나온다.
그것들을 뱉어다 손으로 꼭 쥐면
다음에 들이킬 것들은 어쩌나- 싶어
손아귀가 느슨해진다.
그 손 끝을 건드리는 것은
꽤나 잦았던 습기 가득한 밤.
밤의 바닥에 떨어져 있는
대충 내다 버린 감정들.
찬 기운이 서려 뻑뻑해진 것들에
나는 더 이상의 제안을 거두어 낸다.
이상하리만치 오래된 기억,
그리고 그와 함께 해온 얼마간의 멀미.
나는 오늘 밤 고한다.
아무것도 아닌 채로 머물겠다고.
그 무엇도 아닌 채로 내 던져지겠다고.
그러면, 그러면
계속 재생되는 눈앞의 것들을
또 비켜갈 것이라
그리 생각돼서.
결국 혀 끝이 얼얼해져 오면
엉엉 울지는 못해도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서
의도치 않은 인내를 겪어내야 해서.
그래야 해서.
그래야 하나 의문이 들어서.
의문이 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