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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빛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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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Nov 22. 2022

경계에서





가녀린 소매의 옷깃을 털어낸다

나풀거림이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한 줌의 이야기를 덜어낸다

연약한 입술은 다시금 닫히고

그 사이로 이슬이 한 방울 뚝 떨어진다

이슬에선 아무런 맛이 나지 않았다







조금의 물기가 퍼져가

바짓가랑이에 맺힌다

매끈한 곡선이

매끈한 동공에 가볍게 달라붙는다

이만하면 아름다워 질만도 한 것인지

아니, 이토록 아름답다-

마른 종이 위에 적어 내리기라도 해야 하는지

것도 아님 매끈한 것들을 되새김질해야 하는지







이 네모 반듯한 웅얼거림이

결코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그건 서서히 소매 자락이 말라감을 이미 눈치챘다는 거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얼얼한 피부를 아무 곳에나 문대고 있다

등한시했던 모든 것들을 등에 업고서

무한히 펼쳐진 무감각의 땅 위에 발을 단단히 딛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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