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린 소매의 옷깃을 털어낸다
나풀거림이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한 줌의 이야기를 덜어낸다
연약한 입술은 다시금 닫히고
그 사이로 이슬이 한 방울 뚝 떨어진다
이슬에선 아무런 맛이 나지 않았다
조금의 물기가 퍼져가
바짓가랑이에 맺힌다
매끈한 곡선이
매끈한 동공에 가볍게 달라붙는다
이만하면 아름다워 질만도 한 것인지
아니, 이토록 아름답다-
마른 종이 위에 적어 내리기라도 해야 하는지
것도 아님 매끈한 것들을 되새김질해야 하는지
이 네모 반듯한 웅얼거림이
결코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그건 서서히 소매 자락이 말라감을 이미 눈치챘다는 거다.
그래서인지 여전히 얼얼한 피부를 아무 곳에나 문대고 있다
등한시했던 모든 것들을 등에 업고서
무한히 펼쳐진 무감각의 땅 위에 발을 단단히 딛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