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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빛의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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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나 Feb 03. 2023

새하얀 먼지




먼지가 허공을 떠돈다

천천히 그리고 차분히.

빛을 빨아들인 하찮은 몸이

잔뜩 달아올라 눈동자에 흰 점 같은 자욱 남긴다






창가에 늘어진 하얀 커튼은 좀처럼 휘날리지를 않는다

그러므로 먼지들도 천천히- 그리고 가만히-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창으로 새어 들어온 빛을 잔뜩 머금고는.






창가로 들어온 창백한 빛은

낡고 거친 나무바닥을 달군다.

나무 바닥 겉에 일어난 가시들이

또한 그 빛을 받아낸다





간간이 보이는 먼지,

아직은 흔들림 없는 얇은 커튼.

그리고 누군가의 신발 바닥에 스쳤을 나무 가시들.






그것들에게서 나를 떨어트려내 본다

아직 하얀빛을 받지 않았고

동공을 간지럽히던 먼지는 내 옷에 붙지 않았으며

낡은 나무 바닥의 가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찰나의 순간

모두가 죽어있듯 살아있는

늘어진 시간의 자락 속에서

함께 늘어져 버리자-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새하얗게 빛나는

초심과 초심 사이에서,

마치 양초가 녹아들어 가듯.






그럼 나는 어쩌면-

정말 어쩌면, 자유로울 수 도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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