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가 허공을 떠돈다
천천히 그리고 차분히.
빛을 빨아들인 하찮은 몸이
잔뜩 달아올라 눈동자에 흰 점 같은 자욱을 남긴다
창가에 늘어진 하얀 커튼은 좀처럼 휘날리지를 않는다
그러므로 먼지들도 천천히- 그리고 가만히-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창으로 새어 들어온 빛을 잔뜩 머금고는.
창가로 들어온 창백한 빛은
낡고 거친 나무바닥을 달군다.
나무 바닥 겉에 일어난 가시들이
또한 그 빛을 받아낸다
간간이 보이는 먼지,
아직은 흔들림 없는 얇은 커튼.
그리고 누군가의 신발 바닥에 스쳤을 나무 가시들.
그것들에게서 나를 떨어트려내 본다
아직 하얀빛을 받지 않았고
동공을 간지럽히던 먼지는 내 옷에 붙지 않았으며
낡은 나무 바닥의 가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찰나의 순간
모두가 죽어있듯 살아있는
늘어진 시간의 자락 속에서
함께 늘어져 버리자-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새하얗게 빛나는
초심과 초심 사이에서,
마치 양초가 녹아들어 가듯.
그럼 나는 어쩌면-
정말 어쩌면, 자유로울 수 도 있는 거다